최상현 주필

 

2010년은 쇠퇴기를 맞은 신문이 필사적으로 벌여온 살아남기 위한 노력에서 새 경지를 개척한 의미 있는 해로 기록될 만하다. 편집된 종이신문의 내용(Contents)과 디자인 그대로를 온라인에 싣게 된 것이 그것이다. 말하자면 ‘종이신문의 온라인 버전(Version)화’에 성공한 셈이다.

그것을 탑재(搭載)하는 플랫폼(Flatform)은 요즘 새로 출시돼 ‘얼리어댑터(Early Adaptor)’들의 관심을 뜨겁게 달구어 놓은 최첨단의 스마트폰과 아이패드(iPAD)다. 따라서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우선 종이신문과 첨단기술의 만남이며 융합(融合)이다. 이로써 종이신문의 ‘모바일(Mobile)화’ ‘유비쿼터스(Ubiquitous)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모바일 신문’ ‘유비쿼터스 신문’이 등장한 것이다.

‘종이신문의 모바일화’는 세계적으로는 미국에서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 타임즈가, 국내에서는 창간 된 지 90년 연륜의 조선일보가 선두에 섰다. 실행 순서로 본다면 조선일보가 한발 더 빠르다. 뉴욕타임즈는 출시가 늦은 애플의 아이패드에 싣는 것을 목표로 탑재 작업을 해왔고 조선일보는 그 보다 먼저 출시된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iPhone)에 먼저 탑재를 실행했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을 보듯이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볼 수 있게 만든 이 매력적이고 획기적인 온라인 버전을 조선일보는 ‘스마트 페이퍼’라고 이름 붙였다.

이제 종이신문의 모바일화, 유비쿼터스화는 선택이 아니라 신문이 살아남기 위한 하드웨어 측면의 필수 과제다. 국내외 유수 신문들이 초조한 심정으로 첨단기술과의 융합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절박한 상황을 잘 말해준다. 이에 따라 모바일신문, 유비쿼터스신문의 탑재도구인 스마트폰, 아이패드에 신문의 운명과 미래를 걸었다고 말해도 전연 과장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오프라인에서 불꽃 튀던 신문들의 경쟁이 온라인의 ‘가상무대’로 옮겨져 신문과 신문, 신문과 다른 매체와의 치열한 대회전이 치러질 것이다. 이것이 독자들에게는 정보접근 기회의 확대와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지런하게 편집된 신문을 몸에 지니는 단말기로 언제 어디서나 마음 내킬 때 볼 수 있다는 것. 이것은 더 말할 것 없이 첨단기술이 제공하는 큰 축복이다.

신문의 강점은 가독성(可讀性)을 높이는 일목요연한 기사배치와 면 배정, 짜임새 있고 비주얼(Visual)한 편집이다. 어느 매체도 따라올 수 없는 정보의 심층성 종합성 다양성도 신문만이 가지는 독특한 강점이다. 이런 강점이 온라인에 오를 때 신문이 인터넷 포털이나 기존의 신문 웹사이트와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첨단기술과의 융합이 막 시작된 신문은 폭발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기술과 함께 빠르게 진화를 거듭해나갈 것이다. 그 계기를 스마트폰과 아이패드에서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필시 그렇게 가리라고 예상을 하지만 종이신문의 온라인 버전에 신문의 약점인 속보성을 보강하고 동영상의 요소를 추가한다면 종이신문의 위력은 몰라보게 새로워질 것이다.

전통적인 종이신문의 수명에 대해 여러 견해들이 엇갈린다. 이런 가운데 대체적으로는 종이신문의 수명이 다해간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새로 등장한 종이신문의 온라인 버전이 이 같은 종이신문의 수명론의 저울추를 그대로 놓아둘 것 같지는 않다. 심하게 뒤흔들어 놓을지도 모른다. 종이신문이 그것을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니까 온라인 버전의 등장이 종이신문의 수명을 단축시켜 놓을지, 기신기신 명맥은 유지하게 해줄지, 아니면 놀라운 시너지 효과로 생기 넘치게 부활시켜 놓을지 등에 관한 분분한 논의가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신문은 온라인 버전이 몸통이 되어 구시대의 꼬리인 종이신문은 잘라내고 몸통만으로 갈지에 대해 생각하고 의견을 말하는 것도 그러할 것이다. 어느 것이 맞을지 당장 예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신문의 수명론에 대한 여러 견해들은 지금부터 더욱 흥미롭고 활발하게 전개되고 점입가경으로 치달을 것이 틀림없다.

지금은 독자가 가상공간에 집중돼있는 시대이므로 독자도 그 안에서 찾고 신문이 먹고 살 수익모델도 그 안에 비중을 두고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의심의 여지없이 신문의 첨단기술과의 만남은 쇠락해가는 신문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종이신문에서 떨어져 나간 독자와 다시 온라인상에서 해후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인쇄매체에서 멀어진 첨단기술시대의 새로운 독자를 창출해낼 수도 있게 됐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별로 남는 것이 없는 종이신문의 구독료의 의존에서 탈피하는 콘텐츠의 유료화, 광고주에 대한 동영상적 요소를 도입한 새로운 유형의 광고 모델의 제시가 성공적으로 먹혀 들어간다면 숨넘어가던 신문에 새 생명이 돋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독자가 신문을 외면했던 오프라인에서의 부정적인 유산(遺産)도 온라인으로 옮겨질 것이기 때문에 첨단기술의 멋진 옷만 갈아입었다고 다 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독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언론 본연의 사명에 대한 심기일전의 충실성을 발휘하는 일, 신문사가 가진 인적 자원을 활용한 양질의 콘텐츠를 다양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 제공할 수 있느냐는 것들이 더 중요한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의 가상공간은 현실보다 더 무서운 심판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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