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인양 작업이 진행 중인 24일 단원고 2학년 3반 고(故) 유혜원양 아버지인 유영민(48)씨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4.16기억교실을 찾아 딸에게 편지를 적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세월호, 1073일 만에 인양
유가족 “정밀조사 필요”
시민, 미수습자 수습 염원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무려 304명이 희생된 이 어마어마한 참사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을 지거나 처벌받은 사람이 없어요. 책임자는 누구인지 정확히 밝히고 처벌 받을 사람은 엄벌해서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실규명의 길입니다.”

세월호 인양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단원고 2학년 3반 고(故) 유혜원양의 아버지인 유영민(48)씨는 24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4.16기억교실을 찾아 딸의 유품을 살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4.16기억교실과 안산시 거리에서 만난 유가족과 시민은 세월호 미수습자들에 대한 수습과 함께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원했다.

유씨는 “모든 사고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며 “이제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배가 인양됐기 때문에 정밀조사를 진행해 정확한 사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세월호 인양 현장을 다녀왔다는 그는 멀리서 세월호가 인양되는 모습을 보며 미수습자 수습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 인양을) 오랫동안 기다렸던 만큼 두렵기도, 반갑기도, 기쁘기도 하면서 만감이 교차했다”며 “이제 우리아이와 함께 지냈던 친구들도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겠다는 희망과 기대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 세월호 인양 작업이 진행 중인 24일 세월호 유가족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4.16기억교실을 찾아 유품을 살피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4.16기억교실을 찾은 또 다른 유가족도 “부모의 마음이 똑같지 않겠느냐”며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반드시 찾아야하겠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는 지난 22일 시험 인양 이후 본(本)인양에 착수한 지 7시간 만인 23일 오전 3시 45분께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참사 후 1073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는 약 3년 동안 바닷속에 있으면서 부식된 흔적이 역력했다.

직접적으로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지는 않았지만 세월호 인양을 염원하며 인양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본 시민의 마음도 유가족과 다르지 않았다.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에 거주하는 김선화(42, 여)씨는 “생중계를 통해 세월호가 인양되는 모습을 보면서 드디어 진실이 인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월호 인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수습자들에 대한 수습이겠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반드시 진실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이 세월호가 차갑고 캄캄한 바닷속에 있는 3년 동안 얼마나 억울하고 마음 아팠을지 생각된다”면서 “세월호가 인양된 만큼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세월호 인양 작업이 진행 중인 24일 시민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4.16기억교실을 찾아 세월호 희생자의 유품을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안산시에서 배달업에 종사하는 김철규(38, 남)씨는 “진작 올라와야 했다. 왜 이렇게 늦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인양된 만큼 이제 남은 것은 아직 찾지 못한 사람을 찾는 일과 진실규명”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의 교장실 한쪽에는 미수습자인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학생과 양승진, 고창석 교사의 책걸상이 보존돼 있다. 주인이 돌아오지 않은 상황에서 물품을 함부로 옮길 수 없기에 4.16기억교실로 이동되지 않고 남아 있다.

조은화양의 책상 위에는 ‘무심코 바라본 시계가 4시 16분에 멈춰 있네요. 그 날에 멈춰 있네요. 은화양과 친구들, 선생님들까지 모두 돌아올 때 저 시계도 움직일 것만 같아요. 기다리고 있을 테니 꼭 돌아와요’라고 적힌 편지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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