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건국대 겸임교수, 화가

천안함 사고로 온 나라가 긴장되어 있는 가운데 봄은 학교 풀밭에서, 운동장에서, 가로수에서 노랗게 연두 빛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천안함의 주인공들도 젊은이요, 학교의 주인공도 젊은이다. 봄은 젊음의 상징이다. 생동하기 때문이다. 새삼스레 봄이라는 생각을 하니 차가운 바다에서 숨져간 젊은 영혼들에 대한 생각이 떠오름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오늘은 날씨도 따뜻하여 처음으로 학교 풀밭에서 학생들과 도시락 대화를 하게 되었다. 모두 도시락을 하나씩 준비하여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자리이다. 소위 ‘행복한 수업’이라는 기치 아래 학생들의 인성, 사회성, 상상력, 창의성, 자신감, 행복, 긍정성, 꿈, 미래, 희망, 사회에 대한 공헌에 대한 생각을 강화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교감하고 자극을 주고 학생들과 호흡을 하고 있다. 4월이 되자, 지난 한 달에 대한 행복한 수업의 소감을 학생들로부터 공개적으로 표현하게 하였다. 이것도 인적자원관리 수업의 일환으로 자신의 마음을 남에게 보이는 훈련의 의미가 있으며 남들의 의견을 접하면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른 학교에서도 1년이란 기간 동안 여러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었지만. 이 행복한 수업처럼 진행되는 강의는 처음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질문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수업… 처음에는 약간의 거부감도 들고 이런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도 들었지만 지금은 스스로의 사고도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강의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까페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 또한 다른 강의들과는 달랐는데, 귀찮아하던 처음과는 달리 지금은 저도 모르게 중독된 듯이 하루 한 번은 자동으로 들어오게 되네요. 행복한 수업을 들으면서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게 됩니다. 물론 행복하구요. 남은 수강기간도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 행복합시다~”

나는 4년째의 대학교 강의를 통하여 학생들을 무한히 변화시킬 수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이 확신은 LG에서 경영혁신 업무를 수년간 경험한 것이 밑바탕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어떻게 듣고 보고 배우느냐에 따라 인적자원의 가치는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며칠 전에 모 대학교 판화과 졸업반 학생들이 나를 찾아왔다. 졸업이 가까와지면서 무엇인가 뜻있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친구 7명이 의미 있는 미술잡지를 만들고, 하나의 행복한 화가 그룹으로서의 미술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얘기이다. 이에 화랑 갤러리아 순수에서 ‘구멍’이라는 주제로 6월에 창립 전 퍼포먼스를 하는데 내가 약간의 도움을 주기로 하였다. 내가 이들에게 얘기한 것도 인성, 열정, 자신감, 배려의 중요성이다. 작품 이전에 사람이 되어야 존경받는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품은 그 사람의 인생관을 표현하는 것이니만큼 아는 게 많아야 하므로 다양한 공부와 학습이 중요한 것이라는 것이다.

홍콩아트페어의 매그너스 렌프루는 젊은 미술학도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잠시 잘 팔리는 공예품이나 팬시아트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만의 눈으로 깊고 멀리 작품 자체를 파고들어라”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일은 세상을 먼저 살아온 어른들이 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이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세계적으로 크게 될 수 있도록 어른들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형식적인 스펙에 온 정신이 팔려서 삶에서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망각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청년실업 시대에 진정한 경쟁력은 무엇인가?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고 창의적인 사고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이 능력을 위하여는 몸으로 일하지 말고 머리로 일하라(smarter than harder!)라는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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