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촛불집회 참여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날 촛불집회는 박근혜 전(前) 대통령이 전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으로 대통령직이 파면됐음을 기념하는 자리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시민 염원 적는 대형 풍선 등장
풍물놀이패 가락에 춤추는 시민
“좋은 대통령 뽑혀 평화 오길…”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탄핵이 돼 너무 기뻐요.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과 같이 돈을 빼돌렸기 때문에 당연히 감옥에 가야 돼요. 탄핵 결정은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벌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하루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중학교 1학년 신승준(14)군은 해맑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물놀이, 거리행진, 축하 공연 등이 펼쳐진 광화문 광장은 탄핵 인용을 자축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나온 아이부터 흰 머리에 선글라스를 낀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의 시민이 거리에 나와 탄핵 축하에 동참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노란색 대형 풍선은 길을 지나는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발걸음이 붙잡힌 행인마다 펜을 들고 자신의 소망하는 바를 풍선에 적어 나갔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하루 지난 11일 오후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노란색 대형 풍선에 글을 적고 있다. 노란색 대형 풍선은 길을 지나는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풍선에 ‘이젠 봄이다’라고 적은 유우섭(48, 남, 서울 구로구 개봉동)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겨울처럼 춥게 했다”며 “하지만 이제 탄핵으로 추운 겨울이 가고 진정한 봄이 왔다. 제발 이제부터는 박근혜 대통령 같은 사람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노발’에 맞서 평화를 지켜냈다며 노발평화상을 만들어 나눠주는 시민도 있었다. 노발평화상에는 ‘귀하는 비록 세수도 안하고 나왔고 오뎅이나 사먹으며 딴짓을 했으나 광장에 달려나와 머릿수를 채웠다. 이에 상을 수여함’이라고 적혀있었다.

▲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이 노발평화상을 나눠주고 있다.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노발’에 맞서 평화를 지켜냈다는 의미의 노발평화상에는 ‘귀하는 비록 세수도 안하고 나왔고 오뎅이나 사먹으며 딴짓을 했으나 광장에 달려나와 머릿수를 채웠다. 이에 상을 수여함’이라고 적혀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광장에서는 민주주의 가치의 회복을 촉구하는 거리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사다리에 오른 광화문 블랙텐트 연극배우들은 검은 천에 글씨를 새겨 장대에 연결해 들고 “우리가 주인이다. 국민이 헌법이다”라고 외쳤다.

블랙텐트의 이해성 극장장은 “대한민국은 헌법에 의해서 모든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민주공화국”이라며 “하지만 박근혜 정권에 의해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됐고 그 가치를 다시 회복하자는 취지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징, 북, 꽹과리, 장구 등 악기를 든 풍물놀이패와 흥겨운 가락에 맞춰 춤을 추는 시민도 보였다. 붉은 색 옷을 맞춰 입은 풍물놀이패는 가락을 연주하며 광화문 광장을 크게 돌며 행진했다. 가락에 맞춰 박수를 치는 시민도 있었고 그 중 한 시민은 풍물놀이패를 뒤따르며 어깨춤을 추기도 했다.

▲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풍물놀이패가 가락을 연주하고 있다. 붉은 색 옷을 맞춰 입은 풍물놀이패는 가락을 연주하며 광화문 광장을 크게 돌며 행진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탄핵이 권선징악이며 남은 과제는 부정부패가 없는 대통령을 선출해 평화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하는 시민도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왔다는 정동조(70대, 남)씨는 “앞으로 좋은 대통령을 뽑아 나라가 평안하고 국민도 행복한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탄핵이 돼 안심이 되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우리뿐 아니라 후손을 위해서라도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교훈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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