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사회복귀시설인 사회적협동조합 공감과연대 ‘멋진월요일’에서 시설 회원 정신장애인들이 8일 오전 서울 성동구에서 쇼핑백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지역사회구성원의 삶 지원하는 도움 손길
사회복귀시설인 직업재활시설 서울 단 7곳
“보호받고 치료받아야 한다는 시각 바꿔야”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겼고 같은 아픔을 가진 회원끼리의 소통을 통해 점차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우울증과 간질 등으로 정신병원 입원·치료와 약 복용을 20년간 해왔다는 오현경(가명, 52, 여, 서울 광진구)씨는 이같이 말했다.

기자는 8일 서울 성동구 정신질환자 사회복귀시설 사회적협동조합 공감과연대 ‘멋진월요일’을 찾았다. ‘멋진월요일’은 사회적기업으로,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이 지정돼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를 돕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시설 회원은 쇼핑백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들은 쇼핑백의 연결고리인 손잡이를 부착하면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회원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그리고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상품 수량 파악과 포장이 특기라는 조현병 환자 김난영(가명, 40, 서울 강서구)씨는 지난해 가을 시설로 들어왔다. 김씨는 “정신장애인 스스로 직장을 찾아 취업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며 “처음에 시설에서 일을 시작할 때는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어려웠지만, 일을 해보니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현병이란 환각, 망상, 환영, 긴장, 기이한 행동이 동반되는 만성 사고 장애로 정신분열증을 뜻한다.

같은 시설 회원인 김숙영(가명, 46, 여, 서울 서대문구)씨는 “그동안 병원에서 치료받고 집에서 혼자 지냈지만, 같은 환경의 회원과 함께 소통하면서 일할 수 있어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은정 직업재활매니저(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시설 회원이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는 출·퇴근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근로 활동을 함으로써 한정된 곳으로만 활동했던 삶에서 이제는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활동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정신건강사업의 사회복귀시설은 정신질환자생활시설, 정신질환자지역사회재활시설, 정신질환자직업재활시설, 중독자재활시설, 정신질환자생산품판매시설, 정신질환자종합시설로 총 6가지다.

▲최상숙 시설장이 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정신질환자 사회복귀시설인 사회적협동조합 공감과연대 ‘멋진월요일’에서 직업재활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 중 사회적기업 멋진월요일은 직업재활시설로 정신장애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직업교육과 훈련을 통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직업재활시설은 서울에 단 7곳 정도다. 멋진월요일은 직업훈련시설이지만 고용노동법 기준으로 시설을 운영해 일반 회사와 같은 출퇴근 기록부와 휴가를 작성해 결제 받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최상숙 시설장은 “이들의 사회복귀를 위해 일반회사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장애인은 보호받고 치료받아야 한다는 시각이지만, 사회복귀시설을 통해서 정신장애인도 충분히 일할 수 있고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이들은 생산성이 있고 구직 참여가 가능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설에서 다른 회사로 근로계약을 하고 취업한 이도 있다”며 “정신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는 직업재활시설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립정신건강센터 관계자는 “정신질환자 사회복귀시설이 부족한 문제를 인지하고 방안 마련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5월 말부터는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이 적용된다. 개정된 내용에는 갈 곳이 없는 정신질환자에게 직업재활·주거생활시설을 제공해 사회복귀를 돕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동안 강제입원이 너무 쉽고 멀쩡한 사람을 강제로 가둬 인권문제로 비화했던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관련법을 개정한 것으로 이후 정신장애인의 인권보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