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자체 위기대응력 부족, EU 단일통화체제 구조적 문제 표출

[뉴스천지=김지윤, 김두나 기자]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16개국 정상들은 그리스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유로존 차관 병행 방안에 합의했다.
지원안 이후 그리스는 두 차례 국채를 발행하며 스스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국제 자본시장은 이번 지원안에 IMF가 개입했다는 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출범 11년 만에 단일통화제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표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EU 16개국)의 한계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일환율 적용으로 국가 간 불균형 심화, 단일통화정책-국가별 재정정책 체제의 모순, 위기상황에 대비한 비상대책 부재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한편 유로화 가치 하락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유로존 구조적 한계점 드러나… 유로화 가치 급락

유로존이 그리스 지원방안에 최종 합의함에 따라 그리스는 일단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상태는 모면하게 됐다. 그러나 유로존이 그리스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IMF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유럽연합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커졌고 유로화 가치는 하락했다.

실제 지난달 25일 유로ㆍ달러 환율은 1.33달러 대까지 떨어졌으며 최저치를 기록했던 2006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20달러 선이 붕괴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 김진영 애널리스트는 “1999년 이후 단일통화체제로 출범한 유로존 내의 구조적인 문제가 표출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개별국가들의 기초 경제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단일통화정책과 유로존 내 위기해결 능력을 가진 컨트롤타워(관제탑)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즉 유럽연합이 유로화 사용으로 통화는 합쳤으나 재정은 국가별로 시행하는 등 유로존 체제의 구조적인 한계점이 이번 그리스 사태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 유로존 신뢰 회복, 상당한 시간 걸릴 듯

그리스 지원 합의안 도출로 국제 금융시장은 다소 진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IMF의 개입과 까다로운 지원절차가 그리스와 유로존 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상겸 단국대 교수는 “유로존이 그리스를 조건 없이 도와주는 형식이라면 IMF는 제재하는 부분이 있다”며 “그리스는 지원만 받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구조조정과 같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그리스가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을 재정문제라고 주장하는 IMF의 개입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재정개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게다가 그리스ㆍ스페인 등 유로존의 재정긴축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 경기침체와 저금리 유지가 지속될 것이고, 디플레이션(통화량의 축소로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유로존의 위기 해결 능력 부족에 대한 실망감으로 당분간 유로화는 가치 하락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원 김득갑 글로벌연구실장은 “유로존이 긴축재정을 본격화하면 내수 경제성장은 더욱 어려워지지만 현재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긴축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현재 유로존의 위기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로존의 양대 산맥인 독일, 프랑스 등이 윗목에 해당하고 그리스, 포르투갈 등 재정난을 겪고 있는 주변국들은 아랫목이다. 윗목의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견인하더라도 아랫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유럽연합은 이번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유로화 체제가 깨지느냐, 재개편해서 더 단단해지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