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3일 오전 경북 경산 문명고 운동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플래카드에 ‘국정교과서 철회’를 적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연구학교 지정절차 문제”
교장 등 사퇴 의견도 나와
교육부 “보조교재로 배포”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 내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게 됐다.

문명고 학생·학부모·교사로 구성된 ‘문명고 국정교과서 지정철회 대책위원회(문명고대책위)’는 2일 문명고등학교를 상대로 대구지방법원에 연구학교 지정처분 취소와 효력정지 신청 소송을 낸다고 1일 밝혔다. 이번 행정소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지원하고 문명고 신입생 학부모 5명이 참여한다.

문명고대책위에 따르면, 문명고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당시 학교장과 이사장이 개입한 정황과 증거가 포착됐다. 이에 따라 문명고 연구학교 지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법원에 판단을 구하기로 결정했다.

문명고대책위는 이번 행정소송과 더불어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을 상대로 연구학교 지정철회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등 연구학교 지정철회를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문명고대책위는 지난달 27일 문명고 소강당에서 신입생 학부모 임시총회를 열었다. 신입생 185명 중 86명의 학부모가 참석한 임시총회에서는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관련 무기명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결과, 84명이 반대하고 2명이 기권을 선택했다.

문명고대책위의 요구 사항은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철회뿐 아니라 교장·이사장 등의 사퇴로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명고대책위에 따르면, 대책위에서 두 차례 문명고 교장과의 면담을 가졌으나 교장은 연구학교 지정철회를 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대책위 회의에서는 교장 등 연구학교 지정의 책임자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에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사를 밝힌 만큼 문명고대책위와 학교 측 갈등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문명고대책위 관계자는 “앞으로 2·3학년 학부모뿐 아니라 국정 역사교과서로 공부하게 될 1학년 학부모들이 주도해 국정 교과서 반대 의사를 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명고는 입학 예정인 신입생 2명이 각각 ‘입학포기’와 ‘전학’을 신청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문명고 입학 예정자 A씨의 학부모는 전학을 신청했고 같은 달 27일에는 또 다른 신입생의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와 자녀의 입학을 포기하겠다며 입학금을 반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문명고 내 갈등 사태로 국정 교과서 사용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교육부는 연구학교로 지정되지 않은 학교에 보조교재 형태로 국정 역사교과서를 보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역사수업 보조교재나 교과서 재구성을 통한 교수·학습 참고자료로 사용하길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 조사했다. 또한 지난달 20일에는 3일까지 신청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에서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보조교재 등으로 활용하려는 학교가 많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육감협의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육시민단체 등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 국정 역사교과서를 보조교재로 활용하겠다고 나서는 학교는 극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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