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번역 대 인공지능 번역대결이 지난 2월21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열렸다. (제공: 세종대학교)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국제통역번역협회(IITA)와 세종대학교·세종사이버대학교의 공동 주최로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629호에서 21일 오후 1시에 열린 ‘인간 대 기계의 번역대결’에서 인간이 승리했다. 속도는 인공지능이 앞섰으나, 정확성에서 인간을 따라잡지 못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

번역대결에는 인간 번역사 4명과 구글 번역기, 네이버 번역기 ‘파파고’, 시스트란 번역기가 참여했다. 인간 번역사는 모두 통역대학원을 졸업한 현업의 최고 전문가다. 구글 번역기와 네이버 번역기 파파고에 지문을 넣어 번역기를 돌리는 작업은 세종사이버대학교 영어학과 김현숙 교수와 김대균 교수가 맡았다.

대결은 현장에서 즉석으로 50분 동안 번역 대결을 펼쳐 정확도에 따라 승패를 가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문과 문학 4개가 무작위로 주어져 영자지 지문 2개는 한글로, 한글지 2개는 영문으로 번역했다. 출제진은 “변별력을 위해 어려운 지문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 인간 번역사들이 주어진 지문을 번역하고 있다. (제공: 세종대학교)

번역 지문은 문학과 비문학으로 설정했고, 구체적으로 비문학은 기술영역과 비즈니스영역, 시사영역으로 평가했다. 지문 길이는 영한번역의 경우 220단어, 한영번역의 경우 150자로 했다.

심사위원장은 한국통번역사협회 곽중철 회장(한국외대 교수)이 맡았고, 심사는 동 협회 번역 전문가 2인이 진행했다. 심사기준은 국제 통용 번역 기준과 국내 통번역대학원 기준을 바탕으로 6개 항목에 5점 만점, 도합 30점 만점이다. 정확성, 언어표현력, 논리 및 조직 등이 평가요소였다.

번역 대결은 인간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인간 번역사 4명은 모두 25점 내외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인공지능 번역기는 10점 이하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출제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 인공지능이 번역하기에 까다로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인공지능은 속도면에서 앞선 모습을 보였다.

▲ 세종대·세종사이버대 신 구 총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 세종대학교)

이번 대회를 공동주최한 세종대·세종사이버대 신구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은 인공지능이다. 인간과 AI의 첫 대결이라 불리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서 예상 외로 인간이 졌다. 4차 산업 기술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만약 2차 대결인 오늘도 인공지능이 이긴다면 혁신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문학과 비문학 분야 모두 문제를 출제했기에 인공지능이 이겼다면 미세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시스템이 구축됐다고 볼 수 있다. 결과를 떠나 언젠가는 로봇이 인간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우리 곁에 늘 함께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그 시대가 언제일지, 몇 년도일지 예견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곽중철 평가위원장은 인공지능 번역에 대해 ‘90% 이상의 문장이 어법에 안 맞음’ ‘한글 문장이 장황함, 어법에 맞는 형태로 어순 재구성을 하지 않고 원문의 단어 순대로 나열하는 경향 있음’ ‘맥락 파악을 하지 않고 단순 번역을 함’ ‘고유명사와 일반명사를 분간 못함’ 등을 약점으로 꼽았다.

인간번역 총평에 대해서는 ‘기사문 형식에 어울리는 표현을 적절히 구사했으나 어조가 다소 딱딱함’ ‘고유명사 등에 영문 병기가 적절한 경우도 있으나 다소 많다는 느낌’ ‘영어 특유의 정보 전달 내용이 한국어 번역에 반영이 다소 미흡함’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번역’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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