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반 이민 행정명령 시행을 전면 중단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4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법원 명령에 따라 DHS는 외국인 테러범 미국 입국 금지를 위한 행정명령을 시행하는 모든 조치를 중단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에 했던 일반적인 입국심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무슬림들과 예멘 공동체 소속 시민운동가들이 지난 2일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보로 홀에서 트럼프의 반 이민 행정명령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입국금지 국적자 비행기 탑승 재개
‘언제 다시 닫힐지 모른다’ 우려
항소법원, 법무부 긴급요청 기각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의 제동으로 일주일여 만에 무력화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반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싼 법정공방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제9 연방항소법원은 반이민 행정명령의 효력을 회복시켜 달라는 법무부의 긴급요청을 기각했다. 전날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이 내린 행정명령 집행중지 판결에 불복한 법무부의 긴급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전날 법원의 결정으로 재개된 입국금지 대상자들의 입국과 이들의 미국행 비행기 탑승 재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법원 결정 이후 국무부는 취소된 비자 6만건 효력을 회복시켰고, 국토안보부는 행정명령 후속 조치들을 잠정 유보했다. 아울러 카타르 항공, 에티하드 항공,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등은 이날 7개국 국민들의 미국행 비행기 탑승을 재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미 공항은 북적대고 있다. 언제 또다시 입국금지 조치가 재개될지 모른다는 우려로 무슬림 7개국 국적자들이 미국행을 서두르면서 입국자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공항과 항공사들은 밀렸던 출국자들을 처리하느라 분주한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법원 판결이 내려진 이후 미국행 비행기 탑승 예약자가 하루 만에 수천명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미국행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것. WP는 5일부터는 7개국 입국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행정명령을 둘러싼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기 어려울 전망이다. 법원은 법무부의 긴급요청을 기각하긴 했지만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항고심 심리를 위해 양측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법무부는 시애틀 연방지법의 집행중지 가처분 인용 결정 다음날 바로 제9 연방항소법원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법원의 손으로 넘어간 이번 행정명령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통상 연방항소법원에 항고장이 접수되면 첫 변론기일이 정해질 때까지 한 달 가까이 소요된다. 게다가 항고가 기각돼 트럼프 행정부가 재항고에 나선다면 결정은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연방대법원의 결론이 날 때까지는 1년이 넘게 걸려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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