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로봇/인지시스템연구부 공학박사

미국 애플사는 2007년 6월말 터치스크린 기반으로 모바일 컴퓨터와 인터넷 및 휴대전화 등 3가지 주요기능을 제공하는 이동형 전자기기 '아이폰'을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약 2년이 흐른 2009년 말 전 세계 아이폰 가입자 수는 4000만 명을 돌파하기에 이르렀고, 가입자 당 평균 유료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구매액이 80달러로 약 3조 8천억 원의 응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형성하여 세계 정보통신 시장에 거대한 돌풍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는 아이폰이 다른 나라보다 좀 늦은 지난해 11월말부터 판매되기 시작하여 약 4개월쯤 지난 올 3월말 현재 그 가입자 수가 50만 명에 육박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 폭발적인 가입자 수의 증가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아울러, 다양한 휴대폰을 활용하면서도 아이폰과 같은 기능을 제공하고 구글사의 개방형 운영체제까지 탑재한 이른바 '안드로이드폰'도 곧 출시될 예정이어서, 올해에는 이 두 가지 형태의 스마트폰이 기존의 휴대폰을 상당부분 대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3월 초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아이폰을 갖고 있는 2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이폰의 생활 의존도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대부분 아이폰을 전자기기로서가 아닌 삶을 구성하는 일부분으로, 심지어는 신체의 일부분으로까지 여긴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75%의 학생들은 아이폰을 갖고 잠자리에 들었고, 69%는 아침에 집을 나올 때 아이폰 보다 지갑을 잊어버리기 쉬웠다고 응답하였으며, 44%가 아이폰에 8할 이상 중독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아이폰의 가장 큰 매력은 휴대전화라는 고유의 기능이외에 애플리케이션을 사고 팔 수 있는 앱스토어라는 디지털 상점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이 상점을 통해 자기의 개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사서 쉽게 설치할 수 있고, 프로그래머인 경우에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상점 진열대에 올려놓고 팔아 수익이 나는 경우에는 수익의 70%까지 벌어들일 수도 있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필자도 최근 아이폰에서 휴대전화 기능을 뺀 아이팟 터치를 쓰고 있는데, MP3 플레이어 기능이외에 공짜 어플리케이션을 다수 내려 받아 그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고 있다. 성당에서 쓰는 성가와 미사교본은 물론 각종 교통정보, 사전, 회화책, 게임 등 꽤 유용한 정보가 많은데, 유료의 경우 그 유용도가 더욱 크다고 한다.

만일 내가 기발한 프로그래머여서 한 어플리케이션을 1000원에 팔고 세계 이용자의 10%인 400만이 산다고 가정하면 40억의 70%인 28억 원의 돈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애플사는 마당만 제공하고 30%인 12억 원을 앉은 자리에서 벌어들이게 된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비즈니스 아닌가?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휴대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던 삼성과 LG는 변신하지 않으면 그대로 도태되고 만다. 그래서 이 두 회사는 아이폰의 대항마로 다양한 휴대폰을 지원하는 안드로이드폰에 전력하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애플사의 앱스토어에 대항할 만큼 안드로이드 앱스토어가 성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애플사의 소프트웨어는 다소 폐쇄적인 성향이 있어, 많은 프로그래머들의 접근이 쉬운 개방형 안드로이드가 앱스토어에서도 향후 더 유리하게 되리라는 전망도 많다.

어쨌든 향후에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휴대폰을 대체하는 스마트폰 시장을 움직이는 키이다. 도입은 늦었지만 세계 최고의 디지털 유목민 정신을 집중적으로 발휘하면 소프트웨어가 주력인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우리나라가 선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에는 점점 고물이 되어가는 휴대폰을 버리고 안드로이드폰을 사서 디지털 유목생활이나 더 즐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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