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도성 현장사진 배전터(빨간네모)와 분수대(위). 옛조선신궁. (제공: 서울시)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 일환 국제설계공모 실시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숭례문에서 남산 정상으로 연결되는 한양도성은 조선왕조의 도읍인 한성부의 경계를 표시하고, 그 권위를 드러내며 외부의 침입을 막았다. 1396년(태조5년) 처음 축조된 이 도시 성곽은 한양을 둘러싸고 있는 내사산(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의 능선을 따라 굽이치며 땅과 한 몸을 이루도록 하는 독특한 축성방식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성 안팎 사람들의 일상생활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온 역사를 담고 있으며, 600여년 동안 도시성곽의 원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와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훼손되거나 훼철(毁撤)됐다. 이는 한양도성의 아픈 역사이자 우리나라의 일제 강점기나 근대화과정의 남산 훼손의 산 역사로 일제 침략으로 인해 인류문화유산을 훼손당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재도 한양도성 남산 회현 구간은 한양도성을 순수한 발굴유구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넓은 범위의 유적지이며, 조선시대에서부터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중요한 역사의 흔적이 중첩되어 있다. 도심에서 매우 가까워 일반인의 접근성이 높으면서도 남산의 자연경관과 한데 어우러진 매우 독특한 장소이기도 하다.

서울시가 남산 회현자락에 2018년까지 ‘한양도성 발굴 및 보존 과정을 공유할 수 있는 현장유적박물관을 조성’하기 위해 건축, 조경 도시계획 등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제설계공모를 실시한다.

시는 “시에서는 한양도성 보존·정비를 위해 2009년부터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을 3단계로 나누어 추진하고 있다”며 “1단계로 아동광장 일대 성벽 84m(2009년 완료), 2단계로 백범광장 일대 성벽 245m(2012년 완료)에 대한 복원사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설계공모를 통해 그간 여러 차례 행해졌던 성벽 복원 방식이 아니라, 발굴된 유적을 추가적인 훼손을 막는 범위 내에서 원형대로 보존해 시민들이 한양도성의 발굴 및 보존 과정을 공유할 수 있는 현장유적 박물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번 현상설계 공모 참여자는 약 43,630㎡의 남산 회현자락 대상지에 현 상태의 유적 보호를 위해 필요한 위치에 적정 규모와 기능을 갖춘 보호각(保護閣)을 계획해야 하며, 현장 유적박물관과 보호각은 유적의 발굴상태, 보존 의미, 남산의 자연 지형과 생태환경 등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설계해야 한다.

설계 시에는 ▲발굴된 현존 유구가 기본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보존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 ▲고고학의 현장이자 시민들이 한양도성의 발굴 및 보존과정을 공유·향유하는 현장 유적박물관으로 조성 ▲필요한 위치에 적정 규모와 기능을 갖춘 보호시설 설치 ▲현장 유적박물관과 보호각은 유적의 발굴상태, 보존의미, 남산의 자연지형과 생태환경 ▲유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체 가능한 형식 등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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