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때보다 더 나빠져… 반면 물가는 최고치
생활물가폭등·美금리인상·정치불안 등 복합 원인

[천지일보=임태경 기자] 설 명절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국내 소비심리가 여전히 추락하고 있다. 1월 소비심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7년여 만에 최악 수준을 기록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 분석한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전달 대비 0.8p 내려간 93.3을 기록했다.

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급감했던 지난 2015년 6월(98.8)보다도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역대 최저 수준인 2008년 12월(70.2)과 2009년 3월(75.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의 6개 주요지수를 활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장기평균치(2003~2016년)를 기준값 100으로 두고 이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2월 세계 금융시장 불안전성과 국제 유가 하락 등이 이어지면서 메르스 발생 당시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후 3개월 만인 7월 상승세로 돌아섰고 8월엔 2015년 12월 이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9월 들어서면서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전망되고, 북한 핵실험, 국내 한진해운 법정관리 등 국내외 경제상황이 불안해지면서 3개월 만에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또 국내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해외에서는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12월 94.1을 기록했다.

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한 반면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물가수준 전망은 4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생활형편과 경기판단지수가 하락했는데, 이는 경기가 안 좋은 상황이 지속된 가운데 최근 농축산물 등 생활물가는 상승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 23일 경동시장에서 설 명절을 앞두고 제수용품과 명절 음식 등을 구매하는 이들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현재와 6개월 전을 비교하는 현재경기판단지수는 51로 전달 대비 4p 하락했고, 지난 2009년 3월(34p)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년 뒤의 물가를 나타내는 물가수준전망지수는 148로 전달 대비 7p 올라 지난 2012년 3월(149)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향후 1년 동안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달 대비 0.3%p 오른 2.8%를 기록했다. 이 기간 중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끼칠 주요 품목은 공업제품(50.3%), 공공요금(50.0%), 집세(41.4%), 농축수산물(48.4%)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와 6개월 전을 비교하는 현재생활형편지수는 87로 전달 대비 2p 내려갔고, 현재와 6개월 후를 비교·전망하는 생활형편전망지수도 91로 전달보다 2p 하락했다. 가계수입전망지수는 98로 전달과 같았고, 소비지출전망지수는 104로 전달 대비 1p 올랐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26으로 전달 대비 2p 올랐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재와 6개월 전을 비교하는 현재가계저축지수는 87로 전달과 같았고, 가계저축전망지수는 전달 대비 1p 내려간 91을 기록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5p 하락한 92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1월(94)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다.

하지만 6개월 뒤의 전망을 나타내는 향후경기전망지수는 67로 2p 올랐다. 취업기회전망지수는 69로 1p 상승했다. 임금수준전망지수는 112로 전달 대비 2p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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