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경산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5만원권 지폐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예금회전율·통화 승수 ‘역대 최저’
정치·경기 불안에 소비 심리 위축

[천지일보=임태경 기자] 시중에 풀린 현금이 100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를 보여주는 예금회전율이나 통화 승수 등의 지표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통화 완화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에 풀려 유통되고 있는 현금의 총량을 의미하는 화폐발행잔액은 지난해 말 현재 97조 4000억원으로 집계돼 100조원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말의 86조 8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0조 6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통화량 증가는 5만원권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년간 5만원권 발행량은 23조원으로 2009년 발행 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5만원권은 작년 1년간 11조원이 환수됐고 연말 현재 잔액은 75조 8000억원으로 역시 역대 최대에 달했다. 작년 말 5만원권의 잔액은 1년 전보다 11조 5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돈이 얼마나 잘 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들은 역대 최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본원통화가 통화량을 얼마나 창출하는 효과를 냈는지를 보여주는 통화승수(M2/본원통화)는 지난해 11월 현재 16.7로 집계돼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통화의 유통속도(국내총생산/M2)도 지난해 3분기 현재 0.69까지 떨어지면서 마찬가지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예금회전율도 지난해 11월 현재 3.8회로 집계돼 한 달 전보다는 0.2회 상승했지만, 여전히 역대 최저 수준이다. 예금회전율은 월간 예금지급액을 예금의 평균잔액으로 나눈 것이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20.3회, 저축성예금 회전율은 1.2회였다.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은행에 맡긴 예금을 인출해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예금회전율이 떨어진 것은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고 시중에 유동성을 확대 공급해도 은행에 예금할 뿐 이를 꺼내 쓰지 않는 현상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 등 정치 불안에다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 등이 겹치면서 소비심리가 극심하게 위축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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