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제공: 국가인권위원회)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복수의 해병부대에서 선임병이 지속적으로 후임병들에게 강제로 음식을 먹이는 가혹행위 사건(소위 ‘악기바리’)이 발생했다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수의 해병들은 ‘취식 강요’를 해병대의 전통이라고 여겼으며, 이러한 이유로 신병 때는 피해자였음에도 선임이 되면 가해자로 변신하는 악습이 유지되고 있었다.

인권윈는 2016년 6월부터 9월까지 2개 해병부대에서 발생한 ‘취식 강요’ 사건에 대한 3건의 진정사건을 접수해 5개월간 해당 부대원들을 전수조사 수준으로 심층 면접했다. 또한 취식 강요 피해자에 대해서는 의사소통 전문가와 함께 세부 내용을 확인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해당부대 해병 B(21)씨는 후임병 L(21)씨에게 자신이 당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많은 양의 음식을 먹도록 강요했다. B씨는 음식을 먹일 때 “해병대 왔으니 악기바리 한 번 정도 당해보는 것도 괜찮다”는 말을 했다며 취식 강요 행위를 인정했다. 피해자 L씨에 따르면 B씨는 체중 목표를 정해놓고 수시로 막사 4층에 있는 체중계에 올라가서 체중을 재게 했는데, L씨는 “최초 체중이 75kg이었는데 84kg까지 쪘다”고 진술했다.

B씨는 인권위 조사과정에서 자신이 선임병에게 당한 피해사실을 진술했는데, 이 중에는 “대통령 특식으로 나온 초콜릿 넛바를 2일간 180개까지 먹었다. 최초 전입 시 체중이 61kg이었는데, 계속 먹어서 81kg까지 쪘다”는 내용도 있다. 또한 B씨는 전역한 선임의 지시로 선임의 알몸 마사지를 했고, 선임이 수시로 엉덩이에 성기를 대고 유사 성행위를 했다고 추가 피해 사실을 밝혔다.

또 다른 부대 해병 D(22)씨는 2015년 하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다수의 후임병들에게 취식 강요를 했는데, 피해자 진술을 종합하면 파이 종류의 빵을 햄버거 모양으로 눌러서 한번에 10여개씩 먹이는 방식이었다. D씨도 인권위 조사과정에서 “전역한 선임병으로부터 악기바리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인권위는 2011년 해병대 2개 부대에 대한 직권조사를 통해 병영악습 개선을 권고했고, 2015년엔 윤일병 사망사건 등 7개 부대에 대한 직권조사를 통해 국방부장관에게 병영악습 개선을 재차 권고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여러 대책을 수립했다고 통보했으나, 이번 인권위 조사 결과 병영악습은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취식 강요 사건 등에 대한 해병 부대의 조치사항은 ‘군기강 해이’의 문제로 보고 구보, 총검술, 제식훈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100일 작전’을 추진, 피해자로부터 취식 강요 신고를 받고도 신속히 직속상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중간 간부에 대한 경고장 교부 등이다.

인권위는 거듭된 권고에도 해병부대의 병영악습이 근절되지 않은 사실과 관련해 군 내부의 자체적 개선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 국방연구원 등 외부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조직진단 실시를 해병대 사령관에게 권고했다.

또한 국방부장관에게는 대부분의 해병들이 인권위 등을 통한 권리구제절차를 모르고 있는 상황이 확인된 점을 고려해 국방인권협의회, 군인권교육협의회 등에서 국가인권위원회와 해병대의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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