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천지=정인선 기자] 재일교포 차별에 대항해 일본에서 야쿠자를 총기로 살해한 뒤 무기수로 복역하다 영주 귀국한 지 11년 만에 지병으로 별세한 권희로(82) 씨의 장례식이 28일 오전 부산 동래봉생병원에서 열렸다.

이날 장례식은 일본 최장기수로 복역하던 권 씨의 귀국에 결정적 역할을 한 부산 자비사의 삼중 스님을 비롯해 권 씨의 유가족, 지인 등 2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엄숙하고 조촐하게 치러졌다.

발인식을 주도한 삼중 스님은 “저승에 가시거든 이승에서의 삶같이 끝없이 ‘전쟁’하던 삶을 살지 마시고 부디 편안하고 찬란하게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인식 후 영구차에 권 씨의 관이 실리자 유족과 조문객들은 합장으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으며,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서 화장한 권 씨의 유골은 일단 연제구 거제동 자비사에 안치됐다.

권 씨 유족과 삼중 스님은 “우선 자비사에서 권 씨의 49제를 지낸 뒤 ‘유골의 반은 선친의 고향인 부산 영도 앞바다에 뿌리고, 나머지 반은 시즈오카현 카게가와의 어머니 묘에 묻어 달라’고 한 권 씨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일본 정부 측과 협의해 처리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1970년대 권 씨의 석방을 도왔던 이재현(63) 씨는 28일 권 씨가 1999년 9월 일본 교도소에 마지막으로 쓴 편지를 공개했다.

고인이 자필로 직접 작성한 편지에는 동포의 후원에 느꼈던 고마움, 동포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별세에 대한 안타까움,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 등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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