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뉴스천지)

가입 시발탄은 ‘감리교’… 내부는 술렁
9일 출범 앞두고 벌써 개신교계 잡음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정치적 성향에 따라 진보-보수로 갈려 상반된 길을 걸어왔던 한국교회가 선교역사 130년 만에 연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9일 개신교 7개 교단의 수장들을 주축으로 한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출범을 앞두고 교계 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2012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으로 분열된 이후 한국교회 보수 측은 대표성을 갖는 연합기구를 내세우지 못한 채 갈등만 지속됐다. 1989년 창립 이후 보수교계를 대표하며 주요 국가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온 한기총은 분열 이후에도 여전히 정통성과 대표성을 주장했다. 정부 인사들의 예방도 계속됐다. 금권선거와 이단해제 등 교계 내 많은 문제를 일으킨 한기총에 반기를 든 교단들은 한교연을 설립하고 회원 교단들의 교세를 배경으로 영향력을 과시했다. 갈라진 교계에 장단을 맞추며 정부 인사들도 하나둘 한교연을 예방하기 시작했다. 이와는 별개로 1924년 탄생한 진보성향 교단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권력에 저항하며 민주화·통일운동 등 독자적인 노선을 유지했다.

문제는 NCCK, 한기총, 한교연 세 단체가 대외적인 행사에서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연합기구로 인정을 받지 못한 데 있다.

대외적인 한국교회 대표성에 대한 필요는 한기총·한교연 분열 이후 이웃종교와의 화합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더욱 가중됐다. 중앙집권적인 조직구조로 대외 활동에서 종단의 수장이 곧 종단의 대표임을 나타낸 이웃종교들과는 달리 한국교회는 대표를 찾기가 어려웠다.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단체는 달라졌다. 진보성향의 행사에는 NCCK가, 보수성향의 행사에는 한기총과 한교연이 등장했다. 보수 측의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하고 양분됐다. 한국교회 연합기구의 성격이 교리에 따라 나뉜 게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보수-진보로 나뉜 결과다.

이처럼 한국교회는 진보성향 NCCK와 보수성향 한기총·한교연 등 3대 교단연합기구 구도로 4년여 세월을 보내왔다. 이에 교계 보수 측을 중심으로 한기총과 한교연이 통합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다. 또 종교개혁 500주년을 준비하며 ‘연합’의 바람이 불어 이참에 한국교회가 하나 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한기총-한교연 연합을 위한 한국교회연합추진위원회(위원장 이종승 목사)가 가동되며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추진위는 교단장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한교연은 추진위의 통합추진을 놓고 절차상의 문제를 들며 반발했다. 교단장들은 한교연의 반기에도 통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회’를 출범키로 결의하고 나섰다.

이들은 법인을 만들지 않고 한기총의 법인을 이어받아 사용하면서 명칭은 한교총으로 바꾸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한교총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총’, 한국교회연합의 ‘교’를 공통분모인 ‘한’과 조합해 미묘하게 합쳐놓은 명칭이다. 지난달 28일 7개 교단장은 이달 9일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를 출범키로 결의했다.

한교총 출범에 이름을 올린 교단장 7명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이성희 총회장, 합동 김선규 총회장, 대신 이종승 총회장과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여성삼 총회장,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여의도) 이영훈 총회장,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유관재 총회장,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전명구 감독회장이다. 이 교단들의 교세는 어림잡아 한국교회 95%를 차지한다. 한교총은 7개 교단 현직 총회장을 상임회장으로, 예장 통합·합동 총회장과 기감 감독회장을 공동대표로 세워 활동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에 가장 먼저 지지표를 던진 교단은 공교롭게도 보수 측 교단이 아닌 그간 NCCK에서 주된 활동을 펼쳐온 감리교단이었다. 29일 한교총 가입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진보 측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해온 감리교단이 급작스럽게 노선을 바꾼 데 대한 반감이 심하다. 198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 설립되기 전까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는 NCCK였다. 1924년 설립된 NCCK는 감리교와 진보 성향의 장로교를 주축으로 독재 정권에 항거하며 삼선 개헌에 반대하고 유신정권에 항의하는 등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한기총은 이러한 NCCK를 견제하고 보수 정치권에 힘을 보태고자 탄생했다.

이에 감리교단의 한교총 가입은 교단 내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진보-보수를 아우른다는 명분의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교단의 그간 행보를 무시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맞부딪히고 있다. 또 진보성향의 교단들이 함께할 것으로 알려지자 보수 측은 WCC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그간 NCCK와 같은 노선에서 운동해온 진보성향 단체의 실망은 큰 것으로 보인다.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의 장세현 사무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감리교는 과거 독재정권의 하수인으로 자리하던 한기총의 후예인 한교총에 가입한다고 한단다”라며 “한국교회의 타락과 분열을 불러온 한기총 그리고 그 후예인 한교총, 아마 설 이후 대규모 나라사랑 기도회와 박근혜 지키기 기도운동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비관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7개 교단 외 한기총·한교연·NCCK 등에 회원교단으로 소속돼 있는 군소교단들의 의사를 수렴하지 않고 대형교단들이 교세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어 이후 한교총의 험로가 예상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