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태경 기자] 정유년 새해 벽두부터 한국경제에 중국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가 점점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시해오던 중국 정부는 한류 연예인 방송 출연을 금지한 금한령(禁韓令) 등 문화 분야에 이어 관광, 제조업 분야까지 사드 전선을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우리 경제가 방향타를 잃어버린 가운데 사드 배치로 인한 동북아 지역 불안이 새해 우리 경제의 최대 위협 요소로 떠올랐다.

◆中, 한국경제 전방위 압박

중국의 경제 보복은 이미 위협 수준을 넘어 큰 장벽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사드와는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중국 내 한류를 금지하는 한한령(限韓令) 등 대중문화 통제를 시작으로 각종 무역 규제, 관광객 통제, 중국 현지로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경제보복 강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3개 항공사가 신청한 1월 전세기 운항을 중국 당국이 뚜렷한 이유 없이 무더기로 불허한 데이어 우리 정부에 전세기 운항을 신청했던 중국 항공사들도 운항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우리 당국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단 사태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국 항공당국과 항공사 대리점 등을 통해 상황 파악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전세기 운항을 중지한 것은 춘제(중국의 설)를 앞두고 유커를 활용해 한국 흔들기를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는 10월의 국경절과 함께 관광업계의 가장 큰 특수 기간으로 꼽힌다.

전세기 이용객 비중은 전체 유커의 3%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항공여객 감소로 항공사에 타격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관광산업에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을 찾는 유커들은 이미 급감하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지난 8월 70.2%(전년 동월 대비)로 정점에 달한 이후 9월 22.8%, 10월 4.7%로 곤두박질쳤고, 11월에는 1%대까지 주저앉았다. 

앞서 중국 당국은 저가 여행 단속이라는 명분으로 일부 지역 여행사에 한국행 여행객 수를 20% 줄이라는 구두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韓기업 규제 잣대 높여… 정부 “사드는 배치해야”

더 큰 문제는 한국기업에 대한 규제 잣대를 높이고 있다는 데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며, 그 중심에 있는 전기전자·IT·철강·화학 등의 주력 업종이 주요 타겟이 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하다.

1일 중국 매체 펑파이와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달 29일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지급 대상 493개 모델 중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삼성과 LG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 5대가 목록에 올랐으나, 갑자기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배터리 업계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여기고 있다. 중국 당국이 배제 조치에 대한 뚜렷한 이유를 명시하지 않았고 배터리 모범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중국 업체가 목록에 포함된 점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이 외에도 코스닥 상장사 투비소프트는 중국 국영기업으로부터 사드를 이유로 투자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고, 롯데그룹의 중국계열사 사업장도 중국 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와 소방 및 위생점검, 안전점검 등을 이례적으로 받기도 했다.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다만 정부는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흔들더라도 안보적인 입장에서 볼 때 사드 철회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사드 배치를 유예해서 상반기에 집중될 경제 리스크를 분산시킬 것”을 제안했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현실적으로 (중국의)대응조치가 있다”면서도 “안보를 위해서도 신속히 배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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