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통위 대표단 순국 100주년 행사
안 의사 저격장소도 특별관리 '예우'

(선양=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위원장 박 진) 대표단의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추모 행사를 공식 승인하는 등 안 의사를 추모하기 위해 방중한 한국 대표단을 깍듯이 예우하고 있다.

25일 국회 외통위와 선양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박 진 위원장과 박상천, 박선영, 윤상현, 박민식 의원 등 5명의 국회 외통위 소속 의원과 동북아역사재단 소속 학자들로 구성된 한국 대표단이 25-26일 하얼빈(哈爾濱)과 뤼순(旅順)에서 여는 안중근 순국 100주년 기념행사를 공식 승인했다.

지린(吉林)성과 랴오닝(遼寧)성 등 지방정부의 요청에 따라 중앙 정부가 허가하는 형식을 갖춘 것으로, 한국 방문단이 중국에서 당국의 승인을 받아 안 의사 추모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당국은 그뿐만 아니라 방문단의 방중 기간에 맞춰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 역 내 의거 현장을 일시적으로 통제했다. 안 의사 저격 장소임을 알리고 안 의사 순국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는 통제 사유 안내문도 내걸었다.

중국은 그동안 우리 당국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안 의사 저격 지점과 이토 히로부미가 저격당한 지점의 바닥에 삼각형 표시만 해둬 일반인들은 그 의미조차 알 수 없었다.

신형근 선양총영사는 "한국 대표단의 안 의사 기념행사를 공식 허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한시적이나마 의거 장소를 통제한 것도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나 국회의원 등이 안 의사 의거 현장인 하얼빈 역이나 순국 장소인 뤼순(旅順)감옥 등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중국 당국의 공식 허가가 난 적은 없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한국 방문단은 비공식 기념행사를 열거나 탐방 형식으로 안 의사의 얼을 기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하얼빈에서 열렸던 안 의사 의거 100주년 기념행사는 중앙 당국이 불허, 주중대사관과 선양총영사관 관계자들이 불참한 가운데 민간단체들의 '비공식 행사'로 조촐하게 치러져 아쉬움을 남겼다.

광복회 등이 의거 100주년을 맞아 지난해 뤼순감옥에 설치한 안 의사 추모관과 국제 항일열사 기념관 개관식 역시 중국 당국의 승인이 나지 않아 '개인 참관'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두고 일본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한국인과 조선족 동포들의 민족의식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 중국 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24일 하얼빈에 도착한 외통위 대표단은 이날 하얼빈 역과 하얼빈 조선민족예술관에 마련된 안중근 기념관을 둘러본 데 이어 25일에는 하얼빈에서 '안중근의 동양평화론, 그 사상과 현대적 의미'를 주제로 한 한.중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주관하고 한중경제무역협회가 후원한 이날 심포지엄은 조 광 고려대 교수의 '안중근 연구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 발표에 이어 박상천, 윤상현 의원과 후앙정 하얼빈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부소장, 왕지칭 하얼빈 사범대 교수 등이 나서 안 의사의 동양평화사상의 발전적 계승 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외통위 대표단은 이어 안 의사 5촌 조카며느리로 안 의사의 공적을 알리다 40년간 옥살이를 하며 모진 고초를 겪은 안노길 할머니를 방문, 위로하고 하얼빈 교민들과 간담회를 한 데 이어 일제가 인체실험을 자행했던 731부대를 시찰했다.

외통위 대표단은 오는 26일 뤼순감옥 내 안중근 추모관에서 안 의사 순국 100주기 추모행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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