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승진 지시 혐의도… 서울시교육감 영장은 1988년 이후 처음

(서울=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 비리를 수사해온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성윤 부장검사)는 23일 비리구조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공정택(76) 전 서울시 교육감에 대해 뇌물수수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교육 대통령'으로 꼽히는 서울시 교육감 출신 인사가 비리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것은 1988년 사학재단 비리에 휘말린 최열곤 교육감 이후 처음이다.

공 전 교육감은 첫 민선 교육감으로 재직하던 2009년 3∼8월 시교육청 인사담당 고위직에 있던 장모(59)씨와 김모(60)씨로부터 5천900만원을 상납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 등)를 받고 있다.

또 2006년 8월과 2008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특정 교감과 장학사가 교장과 장학관이 될 수 있도록 부당승진을 지시한 혐의도 있다.

공 전 교육감은 지난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부지검에 소환돼 약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으나 "대가성 금품을 받지 않았고 승진 업무도 합법적으로 했다"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이어 22일 오전 1시께 심장 질환 증상을 호소하며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했으나 검찰은 확인 결과 그의 건강 상태가 영장 청구에 무리가 없는 수준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청구한 영장을 통해 공 전 교육감에게 상습적으로 돈을 전달했다는 연루자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고, 추가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교육감 비서실장이었던 조모(54)씨가 뇌물로 추정되는 2억1천100만원을 차명계좌로 관리한 사실이 드러난데다, 학교시설 수주 비리에 연루된 간부들에게도 금품 상납을 요구한 정황이 파악돼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제시했다.

공 전 교육감 측 변호인들은 검찰 수사가 연루자의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한데다, 구속 조처가 당사자의 변론권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 등을 부각할 예정이라 영장 실질 심사 단계부터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그동안 교육계 비리를 수사하면서 교장 승진 청탁자의 뇌물 2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시교육청의 인사업무 총책임자인 목모(63) 전 교육정책국장을 구속하고, 앞서 '장학사 매관매직'에 관여한 혐의로 목씨의 후임자 김씨 등 시교육청 인사 3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학교 창호공사 수주권을 빌미로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서울 지역교육청 시설과장과 업체 대표 등 15명도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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