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3대 종단 신도수 추이. (출처: 통계청) ⓒ천지일보(뉴스천지)

10년 사이 종교인 300만명 떠나
2015 통계청, 종단 교인수 논란
불교 300만 천주교 100만 급감
“자체데이터·갤럽조사와 큰 차이”
20% 표본조사 정확·신뢰도 의문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우리나라에서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의 수가 종교를 가진 사람의 수보다 많다는 통계치가 나왔다. 줄곧 최대 신도 수를 차지했던 불교가 1위 자리를 개신교에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리서치 결과와 달리 10년 사이 개신교는 100만명 이상이 상승하고, 불교와 천주교는 각각 300만명과 100만명이 급감한 것으로 조사돼 신뢰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 인구 가구 주택 기본특성항목’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전국의 20% 표본 가구를 조사원 면접 및 인터넷으로 조사 집계한 결과이다.

10년마다 한 번씩 하는 통계청의 종교 분포 조사를 살펴보면 2015년 기준으로 종교가 없는 국민은 56.1%로 차지했다. 10년 만에 무려 9%의 국민이 신앙을 버린 것이다. 이는 약 300만명이 종교를 떠났다는 말이다. 특히 젊은 층의 탈종교화 현상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종교가 없는 인구 비율은 20대가 64.9%로 가장 많았고 10대가 62%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서 종단별 신도 수의 지각변동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눈길을 끄는 교계는 개신교다. 수년 동안 주요 리서치 기관이 실시한 ‘3대 종단 신뢰도’ 조사에서 꼴찌를 면치 못했던 개신교가 무려 123만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2005년 개신교인의 수는 844만 6000명에서 2015년 967만 6000명으로 123만명이 늘어났다.

반면 1위를 지켜왔던 불교는 신도 수가 급락하면서 위상도 동반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불교도의 수는 1058만 8000명에서 2015년 761만 9000명으로 296만 9000명이 감소했다. 지금까지 정부 또는 민간 리서치기관의 조사 때마다 가장 많은 신도 수를 자랑했던 불교가 무려 300만명이 빠져나가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천주교 389만명(2005년 501만명), 원불교 8만 4000명(2005년 12만 9000명), 유교 7만 6000명(2005년 10만 4000명) 등 대부분 교세가 약해졌다.

▲ (출처: 통계청) ⓒ천지일보(뉴스천지)

◆종교계, 표본조사 ‘신뢰할 수 있나’ 의문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종교 인구수 조사가 표본조사 방식으로 진행된 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도입된 표본조사 방식의 오류, 통계 편제의 한계를 비롯해 종교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사회 흐름과 배치되는 정반대 결과를 내놨다는 주장이다. 정확성과 신뢰성에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은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로 이뤄진 집계 방식이어서 신뢰성에 의문이 든다”고 종회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고령의 신자가 많은 불교 입장에서 이 같은 조사 방식은 불합리하게 여겨진다”고 말했다. 일부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방식은 지역별·연령별 편차가 큰 불교계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등 불교계는 통계청의 표본조사 방식을 두고 문제를 지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자체 데이터를 수집해 해마다 신도 수를 발표하고 있다. 주교회의가 올해 3월 발표한 ‘2015 한국 천주교회 통계’ 조사에 따르면 2015년 12월 31일 현재 한국교회 천주교 신자는 565만 5504명으로, 총인구의 10.7%를 차지한다. 이는 2005년 정부 통계보다 약 60만명이 증가한 수치다. 또한 총인구 대비 천주교 신자 비율은 2009년 이후 10%대에 올라섰고, 해마다 0.1%포인트 증가했다고 발표한 천주교는 이번 통계청의 수치 결과를 납득하기 어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천주교는 매년 말 주교회의 차원에서 전국의 신자 수를 엄밀하게 조사한다. 지난 3월에 발표한 2015년 말 신자 수는 565만명이다”며 “쉬는 신자(냉담자)가 답변하지 않았다고 치더라도 통계청 수치(389만명)와는 너무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개신교에서도 이번 조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옥성득(UCLA 한국기독교학) 부교수는 “기독교 인구 증가가 없다고 본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밝혔다. 옥성득 부교수는 “한국의 3대 종교는 전혀 다른 추세를 보인다. 의외의 결과”라며 “정부 통계의 급격한 변동수치는 매년 갤럽의 조사 결과와는 사뭇 다르다. 개신교는 완만한 정체상태이고, 불교는 급감, 천주교는 완만한 감소 상태라고 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약 100만명으로 추산되는 ‘가나안성도(교회에 출석하지 않지만 신앙을 유지하는 사람)’와 기성교단에서 인정하지 않는 (이단·사이비로 지목한) 교인들이 상당수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통계청은 신뢰성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보통 2만~3만명 표본으로도 국가 통계를 작성하는 것에 비하면 (이번 종교 조사는) 표본이 1000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조사인 만큼 정확하다고 볼 수 있으며, 통계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종교인구 통계에 대한 해석들이 분분함에 따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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