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한일협정 소급 적용..한국 "타당치 않다" 반박

(도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1990년대 이후 영주귀국한 사할린동포도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한일협정)에 의해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한국 정부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지만 일본 법원이 자국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사할린 잔류 한국.조선인 우편저금 등 보상청구소송' 변호인단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이 소송 재판부인 도쿄지방재판소 민사합의32부에 '한일협정 이후 한국 국적을 회복한 한국인의 개인청구권도 소멸됐다'는 주장을 담은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일본 정부는 이 서면에서 "현 시점에 이르기까지 어느 시점에선가 한국국적 취득이 확인된 자는 1965년 6월22일 (한일협정체결)시점에서 재산권이 소멸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1990년대 이후 한국 국적을 회복한 사실이 확인된 원고들은 우편저금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또 "한일협정은 한일 국교를 정상화할 때 예측하기 어려운 과대한 부담을 지게 해 장시간에 걸친 혼란을 피하고자 체결됐다"며 "한일협정의 해석권은 체결국에 있으므로 이번 소송에서 문제가 된 '한국 국민'의 범위도 일본 정부가 판정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한일협정과 (한국인의 일본 상대 재산권을 소급해 소멸시킨 일본 국내법인) 특별조치법의 취지나 목적을 생각해보면 과거에 발생한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가능한 한 넓은 범위에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사할린 동포측 변호인단은 "이런 논리라면 한국 정부가 사할린 동포에게 보상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며 "한국 정부는 한일협정 체결시 생각하지 못한 책임을 지게 되는 셈이어서 조약에 관한 국제법규에 따라 한일협정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데,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생각을 사전에 확인해 봤는가"라며 주장 철회를 요구했다.

일본 정부가 이런 주장을 철회하지 않은 가운데 한국 외교통상부는 사할린 동포측 변호인단을 통해 "한일협정은 서명일 기준으로 존재하는 양국 및 그 국민간 재산권이 대상"이라며 "한일협정 서명일 이후에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재산권이 소멸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일본 법정에 제출했다.

김모(93)씨 등 사할린 동포.가족 11명은 1940년대 일제 점령하 사할린에 징용돼 탄광 등에서 강제노동을 했지만 일당을 대부분 우편저금 등의 명목으로 뺏긴 뒤 돌려받지 못하자 현재가치로 환산해 2천배인 2천800여만엔을 달라며 일본 정부와 우정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은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당시에는 소련 국적이나 무국적이었고, 김씨 등 4명은 1990년대 이후 영주귀국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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