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만당스님)가 13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종교평화 문화정착을 위한 심포지엄’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조계종 종평위 ‘종교평화 문화정착을 위한 심포지엄’
종자연 박광서 대표 “이분법적 ‘편 가르기’하는 종교”
공격적 선교, 강제개종교육, 공직자 종교 편향 꼬집어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많은 사람이 오가는 번잡한 거리 한가운데서 “믿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지옥에 간다”고 외치고, 스님들에게도 개종을 요구하는 광경은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 사찰이 무너지도록 집단 기도를 하거나, 절에 들어와 기독교식 예배를 드리는 사례를 접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종교가 모여 있음에도 표면적으로 큰 갈등이 없어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해도 내부 곳곳에는 차별과 증오, 혐오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차별과 증오를 넘어 ‘종교 평화의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만당스님)는 13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종교평화 문화정착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토론자들은 각 분야에서 차별을 넘어 평화로 가기 위한 해법을 제안했다.

종교 부문의 토론을 맡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박광서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종교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20~30%에 머무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종교가 다른 것을 인정하기보다 ‘틀린 것, 나쁜 것’이라고 이분법적으로 편 가르기를 해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종교 갈등·차별 사례를 되짚었다.

박 대표는 독선과 배타적 종교 갈등 사례로 공격적 선교, 공공장소에서의 선교행위, 강제개종을 꼽았다. 선교 행위와 관련해 박 대표는 “기독교의 공격적 선교는 종교가 없는 사람은 물론, 분명히 다른 종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에게도 개종목적으로 끈질기게 매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선교행위는 공공장소 어디든 가리지 않는다”며 “공공장소나 공공행사를 종교인 또는 종교단체가 사유화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른 종교를 가진 신도들을 대상으로 강제적으로 진행되는 강제개종에 대해서 박 대표는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주로 이단이라고 규정한 교회의 신도들을 대상으로 납치, 감금, 심지어 폭행, 협박까지 한다”면서 “가정불화를 조장하고 영혼까지 파괴하며 인권을 유린하는 강제개종교육은 명백한 범죄행위이고 종교계만의 음습한 모습”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타 종교에 대한 저주와 관련한 종교 갈등 사례로는 믿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지옥에 간다고 말하는 ‘예수천국 불신지옥’, 절에 가서 기독교식 예배를 드린 ‘땅 밟기’, 사찰이 무너지도록 집단적으로 기도를 한 ‘사찰 무너져라’ 등을 소개했다. 종교차별 사례로는 중고교의 강제적 종교교육, 대학채플, 임용 시 종교차별 등을 제시했다.

이어 박 대표는 우리나라 헌법 20조 2항에 명시돼 있는 ‘정교분리’ 조항을 언급하며 정교분리 위배와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현 정권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대통령·공직자·공인의 종교 편향 사례를 소개했다. 일상생활에서 종교를 자주 언급하는 것부터 전직 대통령들의 종교 편향적 언행까지 넓은 범위에서 사례 발표가 진행됐다. 아울러 박 대표는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개인적 종교색깔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상징적인 자리에 극히 종교 편향적인 인물들을 앉히면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줬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 대통령은 ‘세상 법보다 교회법이 우선’, ‘공직자로서 성시화 운동 참여해 복음화에 이바지’ 등 기독교인 입장을 강변해 온 황교안 국무총리를 요직에 임명했고, 최근에는 종교 편향적 역사관으로 논란이 된 최성규 목사를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임명해 빈축을 샀다. 이외에도 ▲‘사랑의 교회’ 특혜 ▲‘종교인 과세’ 논란 ▲국가대표의 기도 세리모니 ▲종교계 국고지원 등의 사례 소개가 이어졌다.

▲ 13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종교평화 문화정착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가 우리 사회의 차별과 증오를 해소하기 위한 불교적 대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우리 사회의 차별과 증오를 해소하기 위한 불교적 대안은 무엇일까.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대평등 사상’이 확산돼야 한다고 기조발제를 통해 강조했다. 대평등 사상은 각자의 모습이 다르다 해서 차별받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가 실현되면 모든 것의 차이가 그대로 인정될 수 있는 대평등 사회가 구현될 수 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여섯 가지 화합의 정신 고양’을 제안했다. 여섯 가지는 신화(身和), 구화(口和), 의화(意和), 계화(戒和), 견화(見和), 행화(行和)로 이 안에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몸, 말, 생각으로 화합하고 윤리 규범과 견해, 실천 행동을 통해 그 정신을 지키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차별 방지를 위해 ‘증오차별방지법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언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차별금지법이나 증오범죄방지법 등이 제정돼 있지 않다. 김 교수는 “차별문제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나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 다양한 차별이 주관적 편견 속에서 존재하면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고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관련 법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종교와젠더연구소 옥복연 소장,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나라 사무국장 등이 토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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