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서령 ‘웃는 여잔 다 예뻐-행신역 능소화’, 김화현 ‘Eve’ ⓒ천지일보(뉴스천지)

세종문화회관 ‘畵畵 미인도취’ 展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미인(美人): 아름다운 사람. 주로 얼굴이나 몸매 따위가 아름다운 여자를 이른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미인이라고 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일 것이다. 미의 기준이 꼭 외형이 돼야 할까.

지난 10월 25일부터 세종문화회관 전시실에서 한달 넘게 진행되며 다양한 미의 기준을 제시한 전시 ‘畵畵 미인도취’가 4일 막을 내렸다.

전시장에는 26명의 작가가 그린 100여명의 미인들이 다양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머리핀을 꽂으며 단장하는 어린아이, 주근깨가 가득한 소녀, 나이든 노인 등 우리 주변 평범한 여성들의 모습이었다. 아름답기보다는 독특하거나 섬뜩한 여성, 심지어 성별을 알 수 없는 캐릭터와 남성도 있었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미인들의 이야기를 기획한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전시디자인팀장을 만나 전시에 대해 들어봤다.

― 기획의도가 궁금하다.

세종문화회관이 작년 4월 재개관 이후 즐거운 미술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미술관을 표방하고 있다. 위치적인 특성과 공연장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보니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해외 유명 작가나 국내 작가의 대관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특히 국내 작가 중 활발하게 현대미술을 알리는 작가를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다.

현대미술에서 서양회화나 설치미술, 영상 등은 대중이 잘 알고 있지만 한국화는 주목을 많이 받지 못했다. 그 가운데 꾸준히 개성을 쌓아가고 있는 작가들을 소개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주제를 고민하다 미인을 생각하게 됐다. 전통적인 한국화하고 하면 산수화나 사군자를 생각하기 쉽지만, 현대회화에서는 인물화, 자화상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 중에서 미인도를 모아 전시하게 됐다.

특히 조선 초기 신윤복의 미인도부터 50년대 박노수 작가의 미인도에 이르기까지 한국화 속 미인도를 연대별로 제시했다. 전시는 총 4개 섹션으로 성격을 나눠 보여줬다. 첫째는 정통 수목화 형식, 두 번째는 자기만의 색깔로 만들어가는 작가들, 그리고 대중매체와 콜라보를 하거나 대중의 취향과 맞는 미인도와 마지막으로 매체를 활용한 전시로 꾸몄다.

― 미인도취인데 미인은 많지 않다. 심지어 남성도 보인다. 의도가 뭔가.

미인이라는 단어에 가진 편협된 시각을 지양했다. 다양한 미인을 보여주고자 했다. 미인하면 단순히 젊고 예쁜 여성을 생각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아름다울 수 있고, 마음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 남성의 경우 현대에 들어 ‘꽃미남’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만큼 예쁜 남성, 아름다운 남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또 소박한 미인, 생활의 미인들도 소개한다.

― 어떤 그림이 미인도취의 미인상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나.

남이 예쁘다고 상대적으로 위축될 필요 없다. 나다운 것을 보여주는 것이 미인이다.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주는 작가를 꼽자면 홍인숙 작가 틀을 벗어난 자기다움이 있다. 또 김현정 작가나 장수지 작가도 그렇다. 김정옥 작가, 이진주 작가… 모든 작가가 그렇다. (웃음)

― 큐레이터 자신이 생각하는 미인은.

현대 미인은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여성,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발언하는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 박노수 화백 작품을 맨 앞에 전시했다.

박노수(1927~2013) 화백은 동양산수화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고아하고 품격있는 작품 세계를 완성시킨 대표적인 작가다. 박 화백의 대부분의 작품은 산수 속의 인물을 그렸지만 이번에 전시한 ‘여인’은 자연을 배경으로 한 여인이 주인공이 된 작품이다. 특히 작품은 정형화된 미인이 아닌 머리모양이나 액세서리 등에서 당시 시대상을 보여준다는 가치를 가진다.

― 미술관톡, 작가와의 대화 반응은 어떤가.

미술관톡도 그렇지만 작가와의 대화가 반응이 좋다. 그림의 해석은 관람객 자신에게 맡기는 것이지만 작가를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고 작품을 접하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작가와의 대화를 꾸준히 진행하려 한다.

― 내년 계획은 어떤가.

내년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단순한 체험을 넘어 작품을 놓고 토론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책을 읽고 같이 토론하는 것처럼. 인문학적인 공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백지혜 ‘꽃단장’, 홍지윤 ‘너에게 꽃을 꽂아줄게- 화려’, 김정욱 作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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