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로봇/인지시스템연구부 공학박사

2010년 1월 12일 중앙아메리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에서 리히터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하여, 대통령 궁과 국회의사당을 비롯한 주요 건물들이 붕괴되었고 피해자 수가 아이티 전체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어서, 2월 27일 새벽에는 규모 8.8의 강진이 칠레의 제2수도 콘셉시온 연안에서 발생하여, 795명의 사망자와 2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지난 3월 8일에는 터키에서 규모 6.0의 지진이 일어나 50여 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부상당하는 등 강력한 지진이 연속적으로 일어나자, 많은 사람들은 세계 종말의 스토리를 다룬 영화 <2012>를 떠올리며 지구 멸망의 징후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불안에 떨고 있다.

과학자들은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지진의 일차적인 원인을 대륙의 이동을 설명하는 지질학 이론인 ‘판구조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구 표면의 암석권은 마치 지구를 감싸 안은 퍼즐 조각들처럼 몇 개의 지각판으로 쪼개져 있으며, 지구 내부의 열을 원동력으로 해서 서서히 이동하면서 서로 스치기도 하고 부딪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서로 맞닿은 지각판이 에너지를 축적하게 되고, 이 에너지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이 커지면 ‘탄성반발의 원리’에 의해 판의 가장자리인 단층이 튕겨 나가며 지진을 일으키게 된다. 마치 소시지의 양쪽 끝을 잡고 안쪽으로 밀면 살짝 휘어지다 한계에 이르면 약한 부분이 부러지거나 어느 한쪽 끝이 튕겨나가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지각판은 커다란 7개의 판(북미판, 남미판, 유라시아판, 태평양판, 아프리카판, 인도-호주판, 남극판)과 중간크기의 6개 판(카리브판, 나즈카판, 필리핀판, 아라비아판, 코코스판, 스코티아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대규모 지진들은 이 지각판의 경계 부분에서 자주 일어나는데, 아이티의 경우 남미판과 카리브판의 충돌로 일어났고 칠레지진은 나즈카판이 남미판 밑으로 밀려 들어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라시아판 내부에 존재하여 지진에 대해서는 비교적 안정된 지역에 있으나 4개의 지각판이 만나는 일본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경계가 요망된다. 내부의 활성단층 주변에서 일어나는 간헐적인 지진뿐만이 아니라 일본 서해안 지진에 의한 해일도 경계 대상인 것이다. 그러나, 아이티나 칠레처럼 대규모의 지진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분석이라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해본다.

최근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통해 다루어진 2012년 지구 종말론이 연속되는 세계 지진피해 소식과 맞물려지며 사람들에게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는 듯하다. 지구 종말론의 근거로 제시되는 몇 가지가 그야말로 비과학적이기 그지없다. 고대 마야력의 종료시점은 2012년 12월 21일이고 고대 마야인의 예지력으로 볼 때 사실일지도 모른다? 행성 X가 지구로 접근하여 지구의 자전축과 남북이 바뀌고 끝내는 충돌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활발한 지진은 지구 종말의 전조 현상이다?

과학자들은 지진이 특정시기에 집중해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 지진이 급증하는 듯한 착시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천체를 손바닥 보듯이 꿰뚫어 보고 있는 현대 천문학자들에게 행성 X가 지구에 접근할 가능성은 0%이다. 이러한 과학적인 이야기보다는 알쏭달쏭 예정론이나 음모론이 사람들에게는 더욱 호소력을 갖는 모양이다.

최근 잇달아 터지는 세계적인 지진피해가 흥미 위주의 미디어에 부풀려져 소모적인 종말론이 1999년 이래 다시 등장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모두 생활 속에서 과학적 사고를 통해 종말론 같은 비현실적 신비주의에 현혹됨 없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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