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질병 감염 등 위생 우려

(방콕=연합뉴스) 부패혐의로 해외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를 지지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16일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요구하며 정부청사 주변에 시위대의 피를 뿌리는 `혈액 시위'를 벌인다.

친탁신 단체인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 일명 레드셔츠) 회원 10만여명은 지난 12일부터 방콕 랏차담넌 거리로 집결, 14일과 15일 대규모 집회와 가두 시위 등을 통해 의회해산을 요구했으나 태국 정부는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UDD는 혈액 시위 등으로 정부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시위대가 15일 가두시위 이후 시위대에서 이탈, 고향으로 돌아가는 등 시위를 둘러싼 긴장 상태가 서서히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UDD 지도자인 웽 토지라칸은 "16일 오전 8시부터 10만여명의 시위대로부터 10㏄씩 피를 수혈받아 100만㏄의 피를 모을 것"이라며 "정부측이 시위대의 요구를 계속 수용하지 않으면 수혈받은 피를 오후 에 정부청사 주변에 뿌릴 것"이라고 밝혔다.

UDD는 정부청사에 이어 집권 여당인 민주당 당사와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의 자택 주변에도 피를 뿌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웽은 "피를 뿌리는 시위는 평화적인 투쟁의 일환"이라며 "아피싯 총리가 시위대의 피를 밟고 지나간뒤 정부청사에서 집무를 볼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국 보건당국은 위생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혈이 진행될 경우 시위대가 질병에 감염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면서 시위대의 수혈에 참가한 간호사들을 징계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주린 락사나위싯 보건장관은 "수혈을 할 때 같은 주사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에이즈 등의 질병에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UDD 지도부는 혈액 시위 등으로 정부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일부 시위대는 점차 시위대열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현지 언론인 더 네이션은 15일 낮 개최된 대규모 가두시위 이후에도 정부측이 시위대의 요구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상당수 시위대가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했으며 실제로 시위대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탁신 전 총리는 시위대에 전화를 통해 "레드셔츠가 결국 승리하게 될 것이지만 승리는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인 만큼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며 시위대열에서 이탈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번 시위는 태국 대법원이 지난 2월 말 권력 남용을 이유로 태국 내 은행계좌에 동결돼 있던 탁신 전 총리의 재산 23억달러 중 14억달러를 국고에 귀속시키라고 판결하면서 촉발됐으나 시위대가 집결을 시작한 12일 이후 군경과 시위대 간에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15일 낮 1시30분께 랏차담넌 거리에서 멀지 않은 제1보병 연대 병영에 수류탄 4발이 투척돼 병사 2명이 부상했으나 군경 모두 일단 이번 시위와는 관련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태국에서는 최근 정부청사 인근과 대법원 구내, 은행 등에서 여러차례 폭탄이 터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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