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천지=송범석 기자] “우리는 코뿔소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닌데 왜 정착하지 못하고 광야에서 이리저리 방황해야 합니까?”

제후들의 차디찬 냉대와 배고픈 방랑생활에서 피어나는 고독과 번민… 현실정치의 유혹을 뿌리칠 때마다 자신을 찌르는 괴리감에 공자의 제자들은 결국 스승에게 이렇게 따지고 만다.

불합리한 세상을 바꾸려고 평생을 바쳤던 공자의 노력이 어둠 속에 파묻히는 순간이었다.

신간 <공자, 최후의 20년>은 공자가 유랑생활을 시작한 55세부터 타계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면서 제자들의 갈등과 번민으로 말년을 보낸 공자의 쓰디쓴 심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책은 사료를 치밀하게 분석함으로써 공자가 존경의 대상이라는 가치판단을 차단하고 현실에서 오는 고뇌로 힘겨운 삶을 살다간 실패한 철학가로서의 공자를 재조명한다.

덧붙여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확고한 신념의 공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갈등에 흔들리는 공자의 모습을 세밀하게 복원해 냈다.

특히 공자와 초기 제자들 사이의 갈등을 매우 탁월하게 분석해 낸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공자와 제자들 사이의 사상적·정치적 노선의 분기와 갈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성인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공자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 책에서는 공자와 제자들이 멀어진 요인을 영원히 평행선을 그을 수밖에 없는 현실과 도(道)의 괴리에서 찾고 있다. 공자의 제자들은 어렵사리 임금에게 중용되었지만 ‘정치판’이라는 눈앞의 현실 때문에 도를 행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나날이 도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공자와 제자들이 각자 다른 태도로 세상과 마주했다고 진단한다. 공자는 오직 ‘순수한 도’를 추구했고 현실과는 전혀 타협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 자공과 같은 제자들은 도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현실에선 받아들여지지 않는 완벽하고 순수한 도를 고집하는 것을 포기하고 현실 세계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합리적인 추구의 목표를 설정하자는 관점이었다.

자공은 이런 의미에서 공자에게 반문한다.

“선생님의 도는 너무나 크고 원대합니다. 그러니 천하의 어느 나라에서도 받아들여지기가 힘듭니다. 선생님께서는 어째서 보통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신의 도를 조금이라도 낮추지 않으십니까?”

그러나 공자는 자공을 꾸짖으며 이렇게 말한다.
“군자가 도를 통달했다고 해서 반드시 기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너는 자신의 도에 정진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만 고민하고 있다. 너의 뜻이 이렇게 천박해졌느냐?”

이 책은 이처럼 공자에 대한 신화를 낱낱이 해부함으로써 공자의 올바른 역사상을 재구성하고 있다. 아울러 독자들이 <논어>의 중요한 구절들을 새로운 관점, 지극히 역사적이고 사실적인 관점에서 분석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왕건문 지음 / 글항아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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