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관 입구 바닥에서 신화마을 지도가 움직이고 있다.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
세상 밖으로 나온 신화 속 동물
말·닭·곰·호랑이·용 주제 전시
체험 통해 신화 친근하게 다가와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용, 유니콘, 페가수스 등 신화 속 동물에 대해서 많이 접해봤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신화 속 동물은 잘 알지 못한다. 대부분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를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다.

하늘을 나는 말을 이야기하면 으레 페가수스인 줄 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신화보다 서양신화에 익숙하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신화가 있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은 물론 박혁거세신화에서의 하늘을 나는 말, 김알지신화의 왕의 탄생을 알리는 닭, 왕건신화의 호랑이와 용 등 다양한 신화동물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 신화를 접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 신화를 낯설게 느끼고 어려워하며, 다양한 신화동물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 어린이박물관은 우리 신화에 나오는 동물을 주제로 한 상설전시를 새롭게 선보였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을 비롯해 박혁거세에 나오는 하늘을 나는 말, 우물을 통해 용궁을 드나드는 용 등 우리 신화에 흥미롭게 등장하는 여러 동물들이 전시의 주인공이 된다.

전시는 ▲백마마을 ▲수닭마을 ▲곰마을 ▲호랑이마을 ▲용마을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신화동물 5종을 중심으로 구성된 마을을 차례로 방문해 동물에 얽힌 신화이야기를 접하는 방식이다. 또 어린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체험형식으로 구성돼 어렵지 않게 신화를 배울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로 바닥에서 움직이는 신화마을 지도를 만날 수 있다. 벽면에 마련된 하얀색 종이판을 들어 지도 위로 올리면 지도가 나타난다.

▲ 한 어린이 관람객이 용마을에서 ‘용궁에서 생긴 일’을 닭마을에서 사과를 던지는 체험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옛날 경주에 여섯 부의 조상들이 지도자를 보내 달라고 높은 곳에 올라 기도를 드렸어요. 그때 산 아래 우물가에 이상한 기운이 드리어 있고, 백마 한 마리가 무릎을 꿇고 절을 하고 있었습니다. 말이 절하는 곳에는 큰 알이 하나 있었는데, 사람들이 다가가니 백마는 길게 울고는 하늘로 올라가 버렸죠.’

먼저 1부 백마마을은 신라를 세운 박혁거세의 탄생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백마마을에 도착하면 어린이들은 말이 하늘로 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알 속에 숨은 영웅들을 찾아야 한다. 이 체험을 통해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의 탄생이야기와 함께 하늘과 땅을 이어주던 상징적 동물로서의 말의 신화적 면모를 느낄 수 있다.

2부 수탉마을은 신라 김알지 탄생신화를 배경으로 새벽을 알리는 동물인 닭이 주인공이다. 특히 하늘에서 내려온 황금 궤에 얽힌 출생이야기를 나무 공간을 통해 꾸며 어린이들의 눈길을 끈다. 금궤도 유물을 활용한 증강현실 체험은 신화 그림이 낯선 어린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우리에게 익숙한 우리나라 건국이야기 단군신화의 곰이 주인공인 3부 곰마을은 동굴의 모습으로 꾸며졌다. 관람객은 영상을 통해 곰으로 변신해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소원을 빌어 볼 수 있다. 또 다른 곰 이야기인 곰나루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고려라는 나라가 처음 생길 때 왕건 임금님의 왕할아버지가 되는 호경장군을 내가 구해줬지. 호경장군은 굴이 무너지는 것도 모르고 굴속에 있는 거야. 내가 급히 굴속으로 들어가서 호경장군 관을 물어왔더니 관을 따라 굴 밖으로 나온 거야. 그래서 목숨을 건졌어. 호경장군은 나중에 나와 결혼해서 산신할아버지가 되었단다.’

▲ 용마을에 우물 통해 용궁세계로 가는 볼풀장에서 외국인 어린이 관람객이 체험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산의 세계를 배경으로 꾸며진 4부 호랑이 마을은 왕건신화에 등장하는 호랑이가 주인공이다. 산신과 사람의 모습을 공유하는 신화 속의 동물인 호랑이를 굴을 탈출해보는 체험을 통해 알아갈 수 있도록 연출됐다.

마지막으로 5부 용마을의 주인공은 왕건신화의 작제건이야기에 나오는 용이다. 용궁세계로 꾸며진 마을에선 활을 쏘아 부처로 변신하는 늙은 여우로부터 용왕을 구해주는 영웅이야기와 우물을 통해 인간세계를 드나들던 용녀의 이야기 등이 쏟아져 나온다.

출구 앞쪽에는 접착메모지에 자신이 상상하는 신화 속 동물들을 그려 신화세계를 만들어 보는 체험도 마련돼 있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이 구현된 여러 가지 동물들이 하나의 작품이 됐다. 또 다른 나라의 신화 속 동물도 전시돼 있어 가루다, 가네샤, 메두사 등 신기한 세계 곳곳의 동물을 만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우리의 어린이들이 서양신화에 기대어 신화적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한 번쯤 생각해보는 의미에서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며 “이 전시를 계기로 어린이들이 우리 신화와 친숙해지고 우리 신화로 꿈꾸는 세상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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