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지난 3일 대한축구협회에 ‘국가대표 축구선수는 공인으로서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 표출되는 행위는 타인의 종교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최대한 자제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파문이 일었다.

물론 공중파에서 정도를 넘어선 종교행위를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개인 신앙의 발로에서 나온 감탄사나 몸짓까지 제재에 나서는 것 또한 종교자유 침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조계종이 자제해달라고 말한 국가대표 축구선수의 기도 세레모니는 이와 같은 이유에서 또 다른 종교편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쁨과 슬픔을 표현할 때 저마다의 감탄사나 몸짓이 있기 마련이다. 길을 가다 돌뿌리에 걸려 넘어질 뻔 했을 때 ‘아이고머니’ ‘어머나’라고 말하는 것이나, 무서운 것을 봤을 때나 깜짝 놀랐을 때 ‘엄마야’라는 등의 감탄사를 사용했을 때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엄마야’라고 했다고 누군가가 “당신은 왜 ‘아빠야’는 부르지 않고 ‘엄마야’라고만 부르는가. 이것은 엄연한 부모 차별이자, 남녀 차별”이라고 한다면 어떻겠는가.

마찬가지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순간, 힘들고 어렵게 골을 넣을 때의 성취감과 감격으로 기도를 할 수도 있고, 십자가를 그리며 그라운드를 질주할 수도 있다. 자기가 믿는 신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자, 성원해준 국민들에 대한 답례인 것이다.

이를 두고 또 국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종교적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느냐, 성원해준 국민들보다 자기가 믿는 신이 먼저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논쟁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색안경을 끼고 모든 사물을 바라보는 순간 이미 관용과 이해는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기도 세레모니나 김연아 선수가 경기에 임하기 전 성호를 긋는 장면 등을 보며 기독교가  다른 종교는 생각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자기의 종교만을 선전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이에 많은 네티즌들이 논쟁을 벌이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상황에서 한 네티즌이 “불교를 믿는 선수들도 합장을 하거나, 절을 올리면 되지 않느냐”고 올린 글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 종교의 편을 드는 것도 아니며,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여론이나 언론에 의해 심적 부담이 생긴다면 그것은 선수 개인의 기량에도 문제가 되겠지만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상대방의 신앙심에서 우러나오는 종교적 행위에 대해 비난을 하기보다 자신이 믿는 신에 대한 신앙심을 더욱 키워가는 것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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