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자와 미국 민간 전문가가 비공개 접촉을 하고 있는 가운데,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장일훈 북한 유엔주재 차석대사(오른쪽)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가 각각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北 한성렬·장일훈 등 5명과 美 갈루치·디트라니 등 4명 참석

[천지일보=이솜 기자] 북한 당국자와 미국 민간 북한 전문가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이틀째 비공식적 만남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연합뉴스 현지 특파원 보도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등 5명이 참석했고, 미국에서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과장, 토니 남궁 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한국학 연구소 부소장 등 4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쿠알라룸푸르 한 호텔에서 21일 오전 10시부터 밤늦게까지 만난 데 이어 22일 오전 다시 만났다.

이날 장일훈 차석 대사는 “(한 부상과 마찬가지로) 베이징을 거쳐 (이곳에) 왔다”고 답하고, 동행자가 또 있느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끄덕였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한 부상과 장 차석대사 외에 북한 외무성 관리들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차석대사는 미국 측이 미리 준비해온 협상안이 있느냐는 물음에 “다들 정부 대표가 아니니까 협상하고 그런 건…”이라고 말하고, 어떤 얘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는 “현안 문제를 거기서 이것저것 다 이야기하죠. 생각하는 것을”이라고 말했다고 보도됐다.

미국 측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결 요구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뭐, 단계별로 했으면 하는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북한과 미국 민간 전문가 간의 비공개 접촉은 각 인사들을 볼 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집중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갈루치 전 북핵 특사는 1차 북핵 위기 때 활약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1994년 북미 제네바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였다.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또한 미국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대화로 풀어가려는 이로 알려졌다.

한 부상은 유엔주재 북한 차석대사를 오랜 기간 역임하며 북한의 대미 협상 창구로 활동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미국이 민간 전문가들의 접촉 형식을 취했지만 한 부상과 장 차석대사는 현직이고 갈루치 전 북핵 특사와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도 미국 정부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이에 이번 쿠알라룸푸르 접촉이 차후 공개적인 대화를 앞둔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핵실험과 지속적인 미사일 발사를 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측은 대선을 앞두고 김정은 정권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데 목적을 둔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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