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미국 대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엔 음담패설이 담긴 녹음파일에 발목이 잡혔다.

트럼프가 이례적으로 “잘못했다”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민주당은 물론 같은 당에서도 거센 사퇴 압박을 받으며 ‘사면초가’ 위기에 몰렸다.

7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과거 트럼프가 미국 연예매체 ‘액세스 할리우드’의 빌리 부시와 나눈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 매체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에 인수된 뒤 트럼프와 줄곧 각을 세워왔다.

해당 파일은 약 10년 전인 지난 2005년 10월경 녹음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59세였던 트럼프는 ‘우리 삶의 나날들’ 출연을 위해 녹화장으로 향하던 길에 버스 안에서 이 같은 대화를 나눴다.

녹음파일에서 트럼프는 과거 유부녀를 유혹하려 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비속한 표현을 사용해 표현했다.

파일 공개 이후 그동안 트럼프가 ‘여성비하’ 발언 등으로 자주 도마에 올랐던 만큼 녹음파일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다. CNN 방송은 “트럼프의 종말을 알리는 사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트럼프와 대선경쟁을 하고 있는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이런 남성이 대통령이 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공화당 내부에서도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뉴시스에 따르면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위스콘신)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의 발언에 “역겹다(sickened)”며 “이 상황을 진지하게 대처하고, 여성에 대해 더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에 우호적이었던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전국위원회(NRC) 위원장도 “어떤 여성에 대해서도 이런 표현, 이런 방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사퇴압박을 가하며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공화당 마이크 코프만(콜로라도) 하원의원과 마크 커크(일리노이)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사퇴를 촉구했으며, 유타주의 제이슨 샤페츠 하원의원과 유타주의 게리 허버트 주지사는 지지를 철회했다. 게리 허버트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너무 나갔고 비열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진화에 나섰다. 그는 “탈의실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농담이고 오래 전에 있었던 사적인 대화”라면서 “다만 누군가 상처받았다면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 8일 새벽에는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통해 “내가 잘못했다.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회하는 말과 행동을 했었고, 공개된 10여 년 전 영상이 그중 하나”라면서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이 같은 말이 현재의 나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바보 같은 말을 했다. 말과 행동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트럼프가 사과에 나섰으나 비난의 목소리가 여전히 거센 상황이어서 오는 9일 열리는 2차 TV대선 토론에서 트럼프의 ‘여성비하 발언’이 ‘뜨거운 감자’로 거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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