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부산 여중생 이모(13) 양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김길태(33) 씨는 지난달 24일 이 양 납치 이후 사건현장 주변을 맴돌면서 경찰의 동태를 살폈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아버지 집과 친구 집을 찾아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함과 동시에 경찰 수사상황을 면밀히 살폈고 경찰이 자신을 쫓고 있다는 사실을 안 뒤에도 이 양의 집 부근으로 돌아온 대담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일 사건 현장 부근에서 수사 경찰과 맞닥뜨리기도 했던 김 씨는 완전히 종적을 감춰버려 수사가 답보상태에서 빠져 버린 것이다.

경찰 수사를 토대로 김 씨가 경찰 수사망에 처음 노출된 지난달 25일 이후의 행적을 짚어본다.

◇25일(이양 실종 1일 후) = 이날 오후 1시께 김 씨는 부산 사상구 주례동 경남정보대 인근의 한 공중전화박스에서 친구에게 전화를 3통이나 잇따라 걸었지만 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 씨는 범행현장과는 떨어진 덕포동의 아버지(69) 집에 들렀다가 경찰이 자신을 뒤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경찰은 지난 1월23일 새벽 귀가하던 3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감금한 혐의(강간치상)로 수배를 받아오던 김 씨 집에 들러 부모에게 '(겁을 주고 자수를 유도하기 위해) 아들이 살인사건 중요 용의자'라고 말하며 연락처를 남겨둔 상태였기때문이다.

이날 집은 찾은 김씨는 아버지로부터 경찰이 찾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아버지의 휴대전화로 경찰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사람을 안 죽였다"고 주장한뒤 종적을 감추었다.

어머니가 오랜만에 찾아온 아들을 위해 밥까지 차렸으나 김 씨는 다급히 이웃집 현관문을 통해 담을 넘어 달아난 것이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서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김 씨는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때는 김 씨가 이 양의 납치용의자 선상에 오르기 전이었지만 과민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

◇28일(실종 5일 후) = 김 씨는 지난 28일 오후 9시30분께 사상구 주례동 친구인 이모(33) 씨가 운영하는 한 호프집에 나타났다.

김 씨는 이 씨에게 "경찰이 나를 쫓고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 나는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하곤 이 씨가 일하는 사이 호프집을 떠났다. 낌새를 눈치챈 경찰이 호프집에 들이닥쳤지만 이미 김 씨는 사라지고 난 후였다.

◇3월3일(실종 8일후, 공개수배 하루 뒤) = 김씨 검거를 위해 혈안에 돼 있던 경찰은 지난 3일 오전 5시께 처음으로 김 씨와 사건 현장 부근에서 마주쳤다. 김 씨는 이 양의 집에서 불과 20여m가 떨어진 빈집에서 잠을 자다 경찰의 수색을 눈치채고 놀라 창문을 통해 3.5m 담을 넘어 달아났다.

경찰은 김 씨가 도주하면서 떨어뜨리고 간 배낭, 모자, 뿔테안경과 메모지를 발견했다. 메모지엔 이미 경찰이 파악한 김 씨의 친구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 날은 경찰이 김 씨를 이 양 납치용의자로 공개수배한 다음날이었다.

◇김 씨, 왜 돌아왔나 = 경찰과 맞닥뜨린뒤 도주한 지난 3일 이후에는 김 씨의 행적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김 씨는 범행 초기엔 사건현장 주변이나 외곽을 홀로 다니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으며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다 공개수배까지 받는 절박한 상황에서 김 씨가 다시 사건현장 주변을 찾은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 씨가 감금상태에 있는 이 양의 생사여부를 확인하려 했거나 납치후 신고를 우려해 이 양을 살해한뒤 물탱크에 유기해놓고 경찰이 찾아냈는지 확인하기위해 현장을 다시 찾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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