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방되는 로버트 박. (연합뉴스)

42일 북한 억류 중 심각한 고문… 치유기도 절실

[뉴스천지=백은영 기자] “한국에 가고 싶다. DMZ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해 엄청난 일을 벌이겠다.”

지난해 12월 북한에 불법 입국해 억류됐다가 42일 만에 풀려난 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 6일 퇴원한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로버트 박(29)이 퇴원 당일(현지 시간) 지인들에게 이 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북한 인권운동가 수잔 솔티 여사는 7일 오전 평소 로버트 박의 활동을 지원해 온 팍스코리아나 조성래 대표에게 이메일로 이 같은 사실을 전하고 “로버트 박이 한국을 찾더라도 신변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솔티 여사는 “최근 로버트 박과 그의 목사 존 벤슨이 저에게 기자간담회를 비롯한 다른 행사들을 개최하게 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로버트 박이 DC(워싱턴)에 온 적이 있다”며 “그때 우리 스텝인 헨리 송과 또 다른 로버트 박의 친구가 로버트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불행히도 우리는 로버트가 북한에서 겪은 심한 고문으로 인해 심한 장애를 겪고 있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로버트 박이 한국에 도착했을 때 당신(조성래 대표)이 24시간 곁에서 기도해줄 것과 그를 철저히 보호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며, 로버트 박에게 치유기도가 너무나도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로버트가 DC에 왔을 때 자살하고 싶다는 발언을 되풀이하고 DMZ에 가서 엄청난 일을 벌이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면서 “이는 분명히 하나님께서 로버트에게 시킨 일이 아니다. 로버트는 그의 생명을 이미 위험에 처하도록 했으며, 이미 북한 주민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조성래 대표는 8일 PBC방송 라디오 <열린방송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로버트 박이 12월 25일 국경지역에서 ‘김정일 회개하고, 북한동포를 해방하라’고 계속 이야기하니까 국경수비대 쪽에서 입 주위를 집중적으로 구타했다”며 “한 달 동안 입을 열 수 없을 정도여서 입에 호스를 끼워 음식물을 공급했다”고 전했다.

또 북측은 여성들을 동원해 성고문까지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 대표는 “로버트 박이 과거에 ‘여자친구를 한 번도 사귄 적이 없으며 키스도 못해봤다’고 말했다”면서 “북측에 억류돼 있을 당시 자신을 혼미하게 한 상태에서 (여성들이) 자신을 벗기고 만지고(touch) 자신을 고문(torture)했다고 하더라고 전하며, 고문 받을 당시 극도의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자살을 고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로버트 박이 북한에서 가진 기자회견도 강요에 의한 것”이라며 “김정일을 조금 힘들게 하고 싶다. 김정일을 때려주고 싶다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로버트 박의 행동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네티즌은 “북한을 왜 들어간 거야? 그런 식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 믿었을까”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다른 네티즌은 “나도 기독교 믿지만 저런 건 좀 아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무조건 하나님이 원하신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버”라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가지 말라고 했는데 꼭 가서 납치당하고, 살해당하고, 억류당하고 하는 사람들 보면 선교사가 많다. 국가에 피해주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haynim’이라는 필명을 쓰는 탈북자는 한 탈북자 카페에 자신이 올린 글을 통해 북한인권을 대하는 로버트 박과 기독교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어떤 나라인데 정신 나간 젊은이의 체제수정, 지도자비방을 접수할 것이라고 착각하는가? 그 용기는 가상하지만 결과를 보면 용기는 객기에 불과했다”라며 “로버트 박을 통해 개신교계의 북한에 대한 편향된 인식, 아전인수식의 자기견해로만 관찰하는 습관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나도 예수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기독교의 기본정신, 성경의 기본정신을 철저히 습득한 사람이라면 그런 식으로 일해서는 안 된다”면서 “예수님은 말씀하기를 하나님의 일을 할 때는 슬기롭게 하라고 가르쳤다. 성경을 들고 찬송가를 부르며 입북한 그가 실제로는 성경의 깊은 뜻, 예수님의 심오한 세계조차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글 말미에 “이번 일로 개신교계도 함께 반성해야 한다. 지금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북한선교를 하는 개신교회와 교단들이 많다”면서 “통일 후 북한에서 선교하려면 지금 북한당국과 친해야 한다면서 숱한 뒷돈을 상납하면서 북한을 안방 나들듯 방문하는 개신교인들이 많다. 이번 로버트 박의 사건은 개신교계가 공동으로 풀어야 할 숙제를 남겼다. 개신교계가 함께 자숙하고 연구하여야 할 숙제임을 알기 바란다”고 전했다.

비단 로버트 박 사건뿐 아니라 지난 2007년 7월 샘물교회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등 현지의 상황과 문화를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이루어지는 선교 내지는 봉사활동이 오히려 하나님의 복음 전파에 걸림돌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위 탈북자의 글에서처럼 한국 개신교회가 북한에 대한 편향된 인식, 아전인수 격의 아집을 버리지 않는 한 북한선교는 물론이고 개신교를 향한 사회적 인식은 지금처럼 제자리걸음일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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