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국회의원 올림픽이 있다면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
[문화칼럼]국회의원 올림픽이 있다면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올 겨울은 참으로 행복했다. 눈 구경을 실컷 할 수 있었던 것도 축복이었지만, 멀리 밴쿠버에서 날아드는 동계올림픽 소식도 우리들을 신나게 만들었다. 큰 무대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세계 선수들과 맞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어린 선수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이번 밴쿠버 대회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정말 축복된 시간이었다. 대한민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한 경이로운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그것이 곧 대한민국 국력의 또 다른 증거이며, 눈부신 성취를 이뤄낸 젊은 선수들은 어쩌면 우리 역사상 가장 자신감 넘치는 세대이며 그래서 우리의 미래 역시 밝고 든든하게 여겨지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의 당당한 자신감과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치르는 모습, 또 억울한 상황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았을 뿐 아니라 누구를 원망하거나 좌절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 가슴도 훈훈해졌다. 그들의 푸른 기상 덕분에 치졸하기 짝이 없는, 그래서 국민들 분통 터지게 만드는 정치판 꼴을 조금 덜 볼 수 있었던 것도 위안이었다.

올림픽 기간에는 아예 정치판 소식에 눈과 귀를 가리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세종 신도시 원안이냐 수정안이냐, 친이가 옳으냐 친박이 옳으냐 하며 추하게 싸워대는 모습을 영 못 본체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신문이나 방송 뉴스 시간에,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TV 중계로 지켜보며 박수치며 좋아라 하는 정치인들 모습이 소개된 것은 그야말로 잔치판에 찬물을 끼얹는 짓이었다. 규칙을 존중하고 판정에 깨끗이 승복할 뿐 아니라 패한 자가 이긴 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젊은 그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싶기도 했을 것이다.

어쩌면 정치판 그들을 보면서, 만약 국회의원 올림픽이라는 것이 있다면 대한민국이 세계 1등이 틀림없을 텐데, 안타깝고도 분하다, 이런 생각을 해 본 사람도 있었지 싶다.

망치로 문 부수기, 탁자 위에 올라서서 공중부양 하기, 쇠사슬로 몸 묶기, 단상 점거 쟁탈하기, 단체로 삭발하기, 오랫동안 밥 안 먹고 버티기, 우르르 몰려다니며 떼쓰기, 쥐도 새도 모르게 돈 주고 받기.

종목도 부지기수지만 무엇보다 우리들에게는 훌륭한 선수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 세계 최강 전력의 비결이다. 초선, 2선, 3선 순으로 진영을 짜 결의를 다지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대장이라 여기는 누군가가 소곤소곤 일러주는 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만 한다면, 천하무적 일당백으로 전 종목 석권도 가능할 것이다.

주렁주렁 금메달이 목에 매달리게 되면, 그 무게에 못 이긴 그들은 본의 아니게 국민들 앞에 깊이 고개를 숙이거나 아예 고개를 못 들지도 모를 일이다.

잔치는 끝났고, 현실은 아프다. 국민들은 또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아름답지 않은 그들이 만들어낼 누추한 현실을, 싫지만 또 들여다보아야만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꿈 꿀 기회가 또 있으니 말이다. 6월이 기다려지는 것은, 남아공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또 한 편의 꿈같은 드라마를 엮어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3월, 4월, 5월, 아름다운 이 계절 다음에는 또 다시 축복의 시간이다. 아름다운 계절을 아름답게 견뎌낼 일만 남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