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 드 빌라지오 미국 뉴욕시장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이슬람 성직자 이맘 마울라나 아콘지와 그의 친구 타라 우딘 장례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이맘 마울라나 아콘지와 타란 우딘은 13일 뉴욕 퀸스 지역에 있는 모스크에서 기도하고 나오다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출처: 뉴시스)

시·경찰, 테러 대비 경계강화
美이슬람교, 증오범죄 긴장감
모스크 야외예배 취소할 수도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슬람교의 최대 명절인 희생제와 미국 9.11테러 15주년 추념일이 올해 겹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뉴욕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 이슬람 성직자가 대낮에 괴한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에 빠진 미국 무슬림 사회가 증오범죄의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슬람의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는 ‘이드 알 피트르’와 더불어 이슬람교의 양대 축제일이다. 그런데 이날이 미국 9.11테러 15주년 추념일과 겹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년 돌아오는 9월 11일은 지금도 ‘그라운드 제로’에서 숨진 3000여명의 희생자 이름이 한 명씩 호명되는 추념일이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시는 두 일정이 겹치는 것이 무슬림을 겨냥한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져, 경찰에 경계강화를 요구하는 등 실질적 대비를 하고 있다.

이슬람의 최대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가 정확히 다음 달 11일지는 달의 움직임을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은 이슬람력(히즈라력)으로 12월 10일에 해당하는데, 올해는 새 달이 뜨면서 시작되는 이슬람력의 12월(두 알-히자)이 9월 1일 또는 2일에 시작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세계 각지의 무슬림들은 이때 일주일 정도의 연휴에 들어간다.

◆무슬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뉴욕시는 무슬림의 큰 명절이기에 2015년부터 이날을 공립학교 휴교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걱정하는 분위기로 돌변했다.

뉴욕 롱아일랜드 이슬람센터의 하비브 아흐메드는 “무슬림을 봐라. 9.11에 축제를 하고 있지 않으냐는 말이 나오며 오해가 빚어질까 두렵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 등이 자행하는 대형 테러들로 전 세계적으로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증)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대선전으로 반(反)이민 정서까지 고조되면서 그야말로 종교로 인한 증오범죄 ‘D데이’가 될 수 있는 형국인 것이다.

NYT에 따르면 수차례의 대책회의를 한 뉴욕 이슬람권 지도자들은 불상사 없이 올해 명절을 넘기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들은 무슬림을 타깃으로 한 ‘증오범죄’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지난 13일 퀸스의 한 모스크에서 방글라데시 출신 이맘이 총격 살해되는 사건까지 발생해 무슬림 사회가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당시 아파프 나샤르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 뉴욕 지부장은 “목숨을 잃은 두 사람은 지역 공동체 지도자였다”며 “지역민들이 비탄에 빠진 채 정의를 외치고 있다”고 밝혔다.

NYT는 뉴욕 ‘아랍·아메리칸연합’ 린다 사르수어 사무국장의 말을 인용해 “현재 무슬림들은 ‘우리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몇몇 무슬림 공동체 지도자들은 주요 모스크(이슬람 사원) 등 주요 시설에 대한 경계강화를 아예 뉴욕 시에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모스크들은 안전을 위해 매년 이드 알-아드하 때마다 가졌던 야외예배를 사원 내 예배로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무슬림 겨냥 증오범죄 늘어

한편 미국에서는 지난해 11월 13일 파리테러 이후 무슬림을 겨냥한 공격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인다. 미국 인종차별 반대 단체 ‘모욕에 반대하는 연맹(ADL)’은 파리테러 이후 한 달 동안 미국 내 무슬림을 겨냥한 공격이 36건 발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는 “9.11 테러 당시에 반이슬람 감정은 사회의 가장자리에 있었지만, 공화당 후보들의 (반이민 정서를 확산시키는) 발언에 힘입어 주류사회로 넘어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12일 49명의 목숨을 앗아간 올랜도의 나이트클럽 총격사건 이후 무슬림 증오범죄가 또다시 늘고 있다. 지난달 2일 플로리다주 포트피어스 이슬람센터 밖에서 무슬림 남성이 20대에게 공격을 당했다. 사건 용의자는 “무슬림들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날에도 텍사스의 모스크에서 안과 전문의인 아슬란 타자멀이 괴한의 총에 맞아 충격을 줬다.

9월 11일을 며칠 앞둔 뉴욕시와 경찰, 무슬림 사회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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