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리의궤 안의 화성전도 (제공: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실)

佛 소장 한국고서 2000권
58% 국내에 미소장 상태
최근 한글 ‘정리의궤’ 발견
채색된 수원화성 형태 담겨

원형 가까운 자료 발견 시
문화유산 일단 허물기보다
확실한 자료인지 검토해야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최근 프랑스에서 한글본 ‘정리의궤’가 발견됐다. ‘의궤’는 조선왕실의 주요 행사를 적은 책을 말한다. 정리의궤를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는 유럽 여러 나라 중 한국고서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다.

이 같은 국외반출 문화재와 관련, 컨트롤타워를 세워 관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프랑스, 한국 고서 다량 보유

22일 ‘프랑스 국립도서관 및 파리동양어학원 소장 정리의궤 경과보고’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 국가 기관 소장 한국 고서의 58%는 국내에서 미소장 상태다.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파리동양어학원에 소장된 한국 고서는 1100여종, 2000권(고문헌, 지도, 탁본 등 포함) 정도다.

특히 최근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등은 프랑스를 방문해 한글본 정리의궤를 발견했다.

‘정리의궤’는 1797~1800년 사이 정조가 모친 혜경궁 홍씨를 위해 언해본으로 편찬한 것으로 추정된다. 총 48권으로 돼 있으며, 현재 13권만 전해지고 있다. 파리동양어학원 12권, 프랑스 국립도서관 1권(그림본)이 보관돼 있다.

먼저 파리동양어학원 소장 정리의궤 12권에는 정조의 화성 행차 기록, 화성축성의 전 과정이 한글로 자세히 쓰여 있다. 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정리의궤-성역도’는 정조 임금의 수원화성에서 군사들의 훈련을 시찰하는 모습을 그린 ‘동장대시열도(東將臺試閱圖)’가 그려져 있다.

임금 자리는 신하에 둘러싸여 있으며, 군사들이 훈련하는 모습이 섬세히 표현돼 있다. 또 한글로 설명이 적혀 있다. 사실 그동안 문화재청과 수원시는1801년 간행된 ‘화성성역의궤’를 참고해 수원 화성을 복원해왔다.

‘화성성역의궤’는 화성 축성의 전 과정이 기록돼 있는 목판 인쇄물이다. ‘화성성역의궤’는 흑백이어서 육안으로 구분이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정리의궤’는 수원화성의 풍광과 시설도가 채색화로 묘사돼 있어 수원화성의 원래 모습을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화성 보존관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 화성성역의궤 안의 화성전도(제공: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실)

◆면밀한 자료 분석 필요

문제는 자료에 대한 진정성이다. 조두원 경기문화재단 책임연구원은 “우선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채색본 성역도와한자 화성성역의궤 그림과의 차이점이 어떤 건 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며 “현장 전문가와 문화재 전문가들의 협력회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원형복원에 대한 강박관념에서인지 진정성을 반영하는 문서가 뒤늦게 발견됐을 때, 면밀한 검토회의를 거쳐 유산의 모습을 회복하기보단, 일단 허물고 그 모습을 회복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이뤄진 유산 복원 또는 재건이 잘못된 판단으로 이뤄졌다는 확신이 있을 경우, 향후를 위해 유산 보존관리 관련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큰 틀에서 유산의 경관부터 서서히 회복해가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기관과 적극 협력해야

해외-국내 기관과의 적극적인 협력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크다. 안민석 의원 등이 파리동양어학원 도서관과 협의한 내용에 따르면, 도서관 측은 전문가의 부족으로 목록화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태다. 이에 한국 정부가 목록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자를 파견하길 희망하고 있다.

또 한국 대학과 파리동양어학원 소속의 대학과 협력 사업추진을 원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측은 정리의궤 채색본이 비상업용이라면 영인(원본을 사진으로 복사하고 인쇄) 출간을 허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기관이 비용을 내고 자료를 스캔할 수 있으며, 상호간의 지속적인 교류에 대한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교 교수는 “중앙정부 기관과 지방정부의 기관이 상호 협력해 해외 소장 고문헌을 효율적으로 연구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해외 기관과의 적극적 협력 사업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 소장 고문헌을 전체적으로 기획 조정하는 컨트롤타워의 정립이 필요하며, 해외 공관의 적극적인 협력 사업 네크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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