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공유. (제공: NEW)

상업적 기획 첫 경험, 흥미 느껴
연상호 감독 연출에도 기대 컸다

아버지 역하며 결혼·육아 생각
세상 아름답다고만 생각치 않아
옳고·그름 어떻게 가르칠까 고민

좀비 연기자, 몰입도 어마어마해
‘컷’ 사인 나도 못 듣고 달려들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훤칠한 키에 작은 얼굴,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배우 공유. 그의 이름 앞에는 ‘소유하고 싶은 남자’ ‘공유하고 싶은 남자’ ‘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는 남자’ 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2001년 드라마 ‘학교 4’로 데뷔해 영화 ‘용의자’ ‘도가니’ ‘남과 여’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소화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가 이번에 한국에서는 생소한 좀비가 등장하는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에서 새로운 모습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에서 출발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다. 공유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진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딸 ‘수안(최수안)’을 지켜내려는 ‘석우’로 분했다. 가족보다 일이 우선이었던 펀드 매니저 ‘석우’는 아비규환이 된 열차 안에서 서툰 표현으로 딸 수안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공유는 딸을 가진 아버지의 생존을 위한 절박한 심정을 고스란히 그려냈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공유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 배우 공유. (제공: NEW)

“저는 처음 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에요. 다수를 위해 상업적으로 기획이 써진 것은 ‘부산행’이 처음인 것 같아요. 그게 흥미로웠고 연출하는 분이 사회고발 애니메이션을 하셨기 때문에 어떻게 연출할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어요. 기대가 컸죠.”

전대미문의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장르를 선택하는 것은 부담이 클 법도 한데 공유는 오히려 “캐스팅 제의가 온 것에 고마웠다”고 말한다. 그는 “큰 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이 된다는 것은 그분들이 저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것”이라며 “상업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것에 대한 감사함이 있으나 부담감도 따른다. (‘부산행’은) 감사함과 부담이 동시에 생기는 영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극중 석우는 능력을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는 펀드 매니저로, 어떤 상황에서는 냉철하기까지 한 인물이다. 공유는 “석우가 너무 공감됐다. 그 마음이 이해됐다. 만약에 내가 위급한 상황인데 아이의 시각에선 선한 일이지만 딸한테 너부터 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 상황에서 현실적인 것이지 않나”고 되물었다.

“나이가 적지 않다 보니까 결혼·육아에 대해 생각을 하죠. 이번 영화에서 수안이 아버지 역을 하면서 더 생각하게 됐어요. 저는 세상이 아름답다고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 ‘나중에 딸·아들한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뭘 이야기하고, 뭘 보여줘야 할까’ ‘세상의 옳고 그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아이들한테 거짓말을 하기는 싫은데 그대로 말하자니 희망을 짓밟는 것 같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면 결혼·육아가 더 두려워지더라고요.”

영화 속 좀비는 실제라고 착각할 정도로 움직임이나 분장이 생동감 있다. 공유는 “좀비 영화를 찾아서 볼 정도로 좋아하진 않는다. 촬영장에서 연기할 때 좀비 연기자들이 달려들면 정말 무서웠다. 제작 과정이 담긴 영상에도 많이 찍혔다”고 고백했다.

▲ 배우 공유. (제공: NEW)

그는 “좀비 연기자들의 몰입도가 어마어마해서 ‘컷’ 소리를 듣지 못한다. 본인들도 기괴한 소리를 내면서 하기 때문”이라며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다들 정신없고, 공간은 좁고, 현장은 무아지경이었다. 감독님의 사인을 좀비 연기자들이 알아채지 못해서 연기가 끝났는데 쫓아오는 좀비를 피해 도망가다가 잡힌 경우도 많다. 잡히면 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말하며 멋쩍어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가장 소소하게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냐고 묻자 공유는 멈칫하더니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는 부끄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어젯밤에 너무 잠이 안 와서 자고 싶은데 4시간을 뒤척거리다가 핸드폰으로 게임을 했어요. 가끔 시간 보낼 때 하는 포켓볼 게임인데 전 세계 유저들과 대결하는 것이에요. 가끔 한일전도 해요. 게임에 있는 코인으로 배팅해서 싸워 이기면 돈을 따요. 제가 힘겹게 모은 게임 머니를 아주 많이 걸고 이겼어요. 그래서 기분 좋게 웃으면서 새벽 4시에 잤어요. 찰나의 순간 얼마나 떨었는지 몰라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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