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항량은 초나라에서 사람을 죽이고 쫓기는 몸이 되자 조카 항우를 데리고 오나라 한 고을로 피신했다. 그는 그 고을에서 유력자들에게 도량과 능력을 인정받아 지도자로 추대됐다. 진나라 호해 황제 원년 7월에 대택향에서 진승이 봉기를 하자 항량은 회계군 수령인 은통에게서 함께 봉기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항량은 계략을 써서 조카 항우를 불러들여 은통의 목을 단번에 날려 버리고 수령의 인수를 몸에 걸치고 군청의 관리들을 제압했다. 모든 관리들이 넋을 잃었고 두 사람 앞에 무릎을 꿇었다.

군청을 제압한 항량은 고을의 유력자들을 불러들여 자신의 거사 이유를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했다. 그렇게 되어 항량과 항우는 오나라의 병력을 손에 넣고 반란을 일으켰다. 

항량은 우선 각지에 사람을 보내 군내의 주민들을 다스리게 했고 정병 8천을 모았다. 이어서 항량은 전부터 눈여겨보아 두었던 오중의 호걸들을 교위, 후, 사마 등 요직에 고루 임명했다. 그중에 꼭 한 사람만 빠져 있었다. 그 사람이 왜 자신만 빠져 있느냐고 묻자 항량이 대답했다. 

“내가 전에 고을에서 어떤 장례를 치를 때 바로 귀공자에게 책임을 지운 일이 있었소. 그때 그 귀공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소. 귀공의 능력이 거기서 드러난 것이오. 그래서 이번에 귀공을 임용하지 않은 것이오.” 그 일이 있고 나서 항량에게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항량은 회계군의 수령이 되고 항우는 부장이 되어 관하의 여러 곳을 다스렸다. 

그 무렵 광릉에서 소평이 초왕 진승에게 호응하여 일어났다. 그런데 광릉을 완전히 손에 넣기 전에 초왕 진승의 패전이 전해졌고 게다가 진나라군이 바로 근처까지 다다라 있었다. 

소평은 계획을 변경해 장강을 건너 항량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는 초왕 진승의 사자로 가장해 왕명을 사칭하고는 항량을 초나라 상주국(재상)으로 임명한다는 말과 함께 다시 전했다. 

“장강의 동쪽 일대는 이미 평정됐으니 즉시 서쪽으로 나아가 진나라군을 토벌하시오.”

그 말에 항량은 군사 8천명을 이끌고 장강을 건너 진나라군을 무찌르기 위해 서쪽으로 나아갔다. 가는 도중에 정보가 들어왔는데 진영을 지도자로 하는 젊은이들이 동양현을 손에 넣었다는 것이었다. 항량은 곧 사자를 보내 연합해서 서쪽으로 나아갈 것을 제안했다.

진영은 그때까지 동양현의 말단 관리에 지나지 않았으나 평소 그의 성실성과 겸손함이 현 안에서 신임을 얻고 있었다. 때마침 동양현 청년들이 현령을 죽이고 반란을 일으켰다. 그들의 숫자는 수천명에 이르렀다. 그들은 동료 중에서 지도자를 뽑으려 했으나 적당한 인물이 없어 신망 높은 진영을 추대하로 했다. 진영은 그 요청을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청년들이 강요를 하고 나섰다. 현내의 반란군은 2만명으로 늘어났다. 세력에 편승한 젊은이들은 진영을 아예 왕위에 올려놓으려고 창두군(머리에 흑두건 쓴 무리)을 편성했다. 그리하여 흑두건을 쓴 이색적인 군대가 갑자기 나타나게 된 것이었다. 

진영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달려와 설득했다. 

“우리는 비천한 집안 출신이다. 출세해서 높은 자리에 앉았던 분이 우리 조상 중에는 어디 한 사람이라도 있었더냐? 너의 집안에 시집와서 이제까지 그런 이야길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그런데 네가 별안간 왕이 된다니? 어림도 없는 소리다. 우리는 다른 사람 밑에 붙어서 먹고 사는 것이야. 그렇게 해서 그분이 천하를 얻으면 너도 왕후의 자리를 얻을 것이고 만일 실패하더라도 너는 책임을 면할 수 있다. 네 분수를 지켜라.”

진영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창두군의 참모들을 불러들여 의견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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