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쿠버=연합뉴스) 21일 오후(한국시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이정수와 이호석이 금, 은메달을 차지했다. 동메달은 미국의 오노. 경기 후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선수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의 에이스 이호석(고양시청)이 최선을 다한 은메달로 설날 메달 두 개를 날려버린 실수를 속죄했다.

지난 14일(한국시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이 치러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

출발선에 선 7명의 스케이터 중 3명의 가슴에 태극기가 선명했다.

신중한 레이스를 펼친 이정수(단국대), 성시백(용인시청), 이호석 등 3명의 태극전사는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나란히 1, 2, 3위를 지키며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한 종목에서 금, 은, 동을 모두 따내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1,000m와 1,500m 금메달을 모두 안현수(성남시청)에게 내준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이호석은 마지막 코너에서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하다 성시백과 엉켜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금메달은 한국의 차지로 돌아갔지만, 설날 점심을 앞두고 온 가족이 모여 숨죽인 채 경기를 지켜보던 국민은 한국과 악연이 깊은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가 어부지리로 은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 한편에 씁쓸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이호석은 쏟아지는 비난을 묵묵히 견디며 마음을 다잡았다.

다행히 동료 성시백의 어머니가 나서서 "너도 마음 편치 않을 거다. 잊고 남은 경기 잘해라"며 위로를 전한 것도 큰 힘이 됐다.

결국 이호석은 21일(한국시간) 열린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23초747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호석은 안현수와 함께 한국 쇼트트랙을 대표해 온 선수다.

홍익초등학교 빙상부에 들어가면서 처음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이호석은 2002년 12월 전국 주니어 선수권대회에서 종합 2위에 올라 주니어 대표선수 유니폼을 입은 뒤로 탄탄대로를 달렸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년 연속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등 국제무대에도 이름을 각인시켰다.

시니어 무대에 올라선 이호석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안현수와 함께 대표팀 쌍두마차 역할을 하며 은메달 2개와 금메달 1개를 따내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부활에 일등공신이 됐다.

특히 '쇼트트랙 황제'로 불리던 안현수가 부상 탓에 대표팀에서 탈락한 뒤로는 부동의 에이스로 자리를 굳혔다.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에서는 6차례 대회에서 무려 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9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최강자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번 시즌에는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 홈이라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3관왕(1,000m, 1,500m, 5,000m계주)에 올랐다.

막상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예선으로 치러진 3, 4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한 개도 따내지 못하는 부진에 빠졌다.

이호석이 부진하면서 대표팀 전체적으로도 성적이 떨어지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나날이 좋아진 성적을 내고 돌아온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과 비교되며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았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올림픽 결승에서 과욕을 부리다 은메달과 동메달을 날려버리는 실수까지 범하면서 이호석은 평소보다 더 큰 부담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이호석은 이정수와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이면서도 과욕을 부리지 않는 레이스로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부담과 미안함을 모두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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