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계춘할망’의 주연배우 김고은이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어린시절 1년에 한 번씩 만나던 할머니, 나에겐 마냥 멋있었다
미술쪽 소질은 별로… 주변을 밝게 만드는 부분 부모님 닮아
영화 계속할수록 책임감 생겨… 배우로서 자세 가장 중요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작품마다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해내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등극한 배우 김고은. 올해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홍설’ 역으로 브라운관에서도 신고식을 치른 김고은이 이번엔 영화 ‘계춘할망’에서 불량소녀 ‘혜지’로 분해 섬세한 감성 연기를 선보인다.

뽀얗고 하얀 피부와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를 갖고 있는 김고은은 웃을 때 눈은 반달로 접히고 입은 예쁜 하트 모양이 된다. 그의 싱그러운 미소를 보고 있자면 청초한 창포꽃이 떠올랐다.

영화 ‘계춘할망’은 12년 만에 잃어버렸던 손녀를 기적적으로 찾은 ‘계춘(윤여정 분)’과 손녀 ‘혜지(김고은 분)’가 함께 살아가면서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가족 감동 드라마다.

12년 만에 헤어졌던 할머니를 다시 만난 혜지는 그간 부모의 보살핌 없이 길거리를 떠돌아다녔다. 힘들었던 시간만큼 사랑을 주거나 받는 일이 어색하다. 혜지는 할머니와 떨어져 지낸 과거를 숨긴 채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과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혜지가 그린 그림을 할머니가 보는 장면에서 더 울컥했던 것 같아요.”

김고은은 실제 할머니를 떠올리며 에피소드나 감정변화를 연기했다. 그는 “어렸을 때 외국에서 오래 살아 1년에 한 번씩 한국에 오는 게 연중행사였는데 그때마다 할머니 집에서 지냈다”며 “저한테는 멋있는 (할머니가) 여성상이었던 것 같다. 대장부 스타일이셨고 일도 계속하셔서 커리어 우먼 같은 느낌이 있었다. 마냥 멋있는 존재였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혜지는 천재적인 그림 실력을 인정받아 미술 선생 ‘충섭(양익준 분)’의 도움으로 미술경연대회에 나간다. 실제 김고은의 그림 실력은 어떨까.

그는 “그림은 잘못 그린다. 어머니가 조형 미술을 하셨고, 아빠도 그림을 잘 그리시는데 저는 소질이 별로 없다”며 “두 분 다 유쾌하셔서 주변 사람들을 밝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으신 것 같은데 그걸 (내가) 닮은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동안 김고은은 ‘은교’ ‘몬스터’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 ‘성난 변호사’ 등 거친 캐릭터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가족 감동 드라마 ‘계춘할망’을 선택해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고은 “작품마다 어려움이 다르긴 한데 모든 작품이 어려운 것 같다”며 “드라마도 그렇고 내가 자칫 잘못하면 되게 과장될 것 같고 연기 같아 보일까 봐 신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영화는 현실의 감정과 가까운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공감대 형성을 해주는 감성 영화기 때문에 공감대를 내 연기 톤이나 감정의 과잉 때문에 깨트리면 정말 영화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신 할 때마다 머리가 아팠다”고 설명했다.

▲ 영화 ‘계춘할망’ 스틸. (제공: ㈜콘텐츠 난다긴다)

“신인 때는 도전하는 시기였죠. ‘계춘할망’ 촬영하고 나선 ‘신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아가자’라고 마음을 바꿨어요. 그전까지는 ‘내 몫을 해내서 누를 끼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모든 작품에 목숨을 걸듯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영화를 점점 할수록 책임감이나 무게감이 생기더라고요.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할 범위가 더 넓어지는 거죠.”

5년간의 연기자 생활은 26살의 김고은을 성숙한 여배우로 만들기 충분했다. 김고은은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의 하나가 배우의 자세”라며 “연기는 보는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서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배우라면 영화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대하는 태도나 마음가짐, 자세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또박 또박 신념을 말했다.

▲ 영화 ‘계춘할망’의 주연배우 김고은이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김고은은 차분한 목소리로 “하지만 그와 반대되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억울하고 속상하다. 하지만 같이 일한 스텝이 ‘적어도 너와 한번이라도 작품을 같이 한 사람이라면 너에게 제대로 이야기해줄 것’이라고 말해줬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위로가 됐다”며 “저뿐 아니라 주목받는 사람들은 그런 오해 소문들이 넘쳐 나더라. 그래서 소문을 절대 안 믿는다. 소문이 이상하게 난 사람은 실제로 만나서 겪어보면 정말 다르더라. 가식이나 진실을 구분할 수 있지 않나”고 전했다.

“여배우요(웃음)? 여배우라는 말 자체가 아직 쑥스러워요.… 저는 어떤 이미지를 가졌는지 인지를 잘 못하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기대치를 예상하지 못해요. 그래서 제가 좀 더 솔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기대감이 다른 사람에 대한 것처럼 너무 나와 다르면 실망을 끼쳐드릴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많이 웃고, 착하지 않나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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