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연합뉴스) "최악의 빙질이었지만 오히려 체력이 좋은 모태범에게 유리했습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한국인 1호'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가 된 모태범(21.한국체대)의 '금빛 원동력'은 최악의 빙질을 이겨낸 '파워 스케이팅'이었다.

모태범은 16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에서 치러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1, 2차 시기 합계 69초82로 나가시마 게이치로(일본.69초98)를 0.16초 차로 제치고 한국 선수단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겨줬다.

모태범은 코칭스태프는 물론 취재진조차 금메달 후보에 포함하지 않았을 정도로 관심 밖이었다. 무엇보다 모태범은 1,000m와 1,500m가 주력 종목인 중장거리 선수였던 게 가장 큰 이유여서다.

이날 경기가 치러진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은 '슬로우벌(slowval)'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세계기록이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은 경기장이었다.

오히려 이곳에서 500m 코스레코드를 세웠던 이강석(의정부시청)과 리치먼드가 고향인 캐나다의 간판 제레미 워더스푼에게 관심이 쏟아졌고, 모태범은 말 그대로 '관심 밖'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날 1차 시기 중간 정빙 시간에 정빙기가 고장 나면서 대회 시간이 1시간 30분 가량 밀리자 대부분 선수가 페이스 조절에 실패했고, 더구나 새로 급하게 투입된 정빙기가 균일하게 물을 뿌려주지 못해 빙질이 무르고 울퉁불퉁해졌다.

결국 대부분의 선수는 빙질 적응 실패와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며 기록이 저조하게 나오고 말았지만 여기에도 예외는 있었다. 바로 모태범이 주인공이었다.

김관규 대표팀 감독은 "모태범은 중장거리가 전문이어서 힘으로 스케이팅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빙질이 물러도 파워가 좋아 박차고 나갈 수 있다"라며 "중장거리로 다져진 체력 덕분에 후반 레이스에서 오히려 더 기록을 단축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원래 초반 100m 기록이 9초7~8초 대를 뛰는 선수인데 지난해 월드컵 4차 대회부터 9초6대에 진입할 만큼 스피드도 좋아졌다"라며 "스케이팅 기술이 한 단계 발전하면서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잃지 않고 나갈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말 대로 모태범은 레이스 후반에도 구간별 랩타임이 줄지 않는 '일관성'있는 질주로 1차 시기보다 2차 시기에서 기록을 더 끌어올린 성과를 내면서 '단거리 전문'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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