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 북부 지역의 군사력 증강과 함께 치열한 교전과 민간인 사상자 증가는 두 달간 지속돼온 휴전의 중단을 초래하고 있다. 자료사진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에서 한 남성이 폭격과 공습으로 부상당한 남성을 돕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병원 폭격으로 의사·어린이 등 30명 사망
가디언 “휴전 명목만 남았을 뿐 사실상 끝”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지난 2월 말 휴전이 발효되면서 평화를 찾은 듯 했던 시리아가 다시 두달 전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시리아 북부 최대 도시 알레포에서 잇단 공습과 충돌로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국제사회는 이를 강하게 규탄하는 한편 “사실상 시리아의 휴전은 끝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현지시간) AP 통신,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지난 27일 밤 국경없는의사회(MSF)와 국제적십자사(ICRC)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알쿠드 병원에서 발생한 공습으로 의사와 간호사 등 2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현지 활동가들에 따르면 병원 인근 민간인 건물에서도 공습으로 30여명이 목숨을 잃어 지난 24시간 동안 알레포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60여명에 달했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공습 책임 서로 미뤄

이번 사건을 두고 민간단체 등 현지 관계자들은 정부군 전투기의 공습이라고 지목한 반면 시리아 정부군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국영 SANA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군 관계자는 이날 “정부군이 알레포 공습에 연루됐다는 소문에는 근거가 없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미국 역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시리아 반군 단체 시리아국가연합(SNC)은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 군이 공습에 개입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와 미군사령부 역시 병원 인근에서 공습작전을 펼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제사회 강도 높은 ‘비난’

국제사회는 의사와 어린이 등 민간인들이 무차별 폭격으로 사망한 이번 공습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는 인도주의 법률 위반”이라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규탄했다.

반 총장은 이어 시리아 휴전을 당장 재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신뢰할 만한 조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공습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난했으며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저질러온 잔혹한 공격의 계보를 잇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케리 장관은 아울러 러시아에 아사드 정권을 자제시킬 책임이 있다고 시리아 정부에 억제력을 강화할 것을 러시아에 주문했다.

▲ 시리아 북부 지역의 군사력 증강과 함께 치열한 교전과 민간인 사상자 증가는 두 달간 지속돼온 휴전의 중단을 초래하고 있다. 자료사진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스테판 데미스투라 유엔 시리아특사(오른쪽)가 시리아 정부 측 협상대표단과 회의에 참석한 모습(출처: 뉴시스)

◆“휴전 합의, 목숨만 붙어 있는 상태”

최근 이 같은 공습과 교전이 잇따르면서 시리아 휴전은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엔 시리아 담당 스테판 드 미스투라 특사는 시리아 적대행위 중단에 대해 “거의 목숨만 붙어 있다”고 말했으며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월 27일 시작된 시리아 휴전은 실질적으로 끝나고 명목만 남았다”고 전했다.

유엔이 중재하는 시리아 평화협상은 현재 중단된 상태며 재개에 대한 기약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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