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계파 선언하며 출마 공식화
“계파 떠나 자유로 투표해달라”
최경환 “친박 단일후보 아냐”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새누리당 차기 원내대표 경선을 둘러싸고 친박(친박근혜) 진영이 꼬이고 있다. 친박 후보군으로 꼽혔던 유기준 의원이 친박 좌장 격인 최경환 의원의 만류에도 출마를 강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8일 유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을 마치고 장고 끝에 새누리당의 화합과 단결, 국회에서의 협치·상생의 정치를 위해 원내대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며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로 이명수 의원을 대동했다.

유 의원은 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친박 원내대표 비토론을 염두에 둔 듯 “계파 정치를 청산하고 당 아래 모두 화합할 수 있도록 제가 가장 먼저 낮추고 마음을 열고 우리 당원 누구와도 손을 잡고 함께 가겠다”며 “저부터도 탈계파 하고 앞으로는 친박, 비박(비박근혜)의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해 탈계파를 선언했다.

그는 국민의당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를 언급하며 “노련한 야당의 원내대표를 상대로 협상할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인지 인물을 보고 판단해 달라”며 “계파를 떠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누가 이 시기에 원내대표가 돼야 하는지 숙고하고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유 의원의 출마는 친박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는 ‘친박 자숙론’을 정면 거부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급제동 걸린 ‘친박 원내대표’ 카드

최경환 의원은 이날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13 총선 민심을 겸허히 받든다는 차원에서 친박으로 분류된 분들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안 나가는 게 맞다”며 유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유 의원의 출마에 대해 “친박 단일후보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 역시 ‘친박 자숙론’을 주장하고 있어 친박 원내대표 출마에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내달 3일 열리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유 의원 외에 나경원, 정진석, 김재경 의원 등이 출마를 검토하면서 4파전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친박 후보군 중 하나였던 홍문종 의원이 출마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박계는 유 의원으로 단일화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최 의원은 물론 여권 핵심에서도 “대통령 이름을 팔아선 안 된다”며 유기준 원내대표 비토론이 나오고 있어 친박 진영의 혼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최 의원이 차기 당권 장악을 염두에 두고 친박 원내대표 선출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친박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차기 당 대표 선거에서 친박 진영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총선 전 최 의원은 차기 당 대표의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4.13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은 친박 책임론이 거센 만큼 원내대표는 비박계에 내주고, 총선 후폭풍이 잦아드는 전당대회 때 다시 당권 장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 의원이 출마를 강행하면서 친박 표심의 향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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