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 이름

단심 황병숙

 

금학산자락 밤나무골 
정갈하게 가꾸어진 채
드넓게 펼쳐진 밭에
동트기 전부터 김매시는 어머니

오남매 시집 장가 들였으니
그만 밭일은 놓아도 좋으련만
오늘도 굽은 허리로
자식 같은 곡초를 쓰다듬습니다

가지런한 장독대에 장맛 드는 여름날엔
뜰 안 채송화 곁에 꽃같이 
환히 웃으시던 당신의 얼굴은 
거친 세월이 깊은 주름에 녹아 있습니다

자식에게 주고 또 주고 다 주어도
언제나 퍼주시는 어머니는
따스한 얼굴을 내 볼에 비비며
불혹이 넘은 딸에게
아프지 말고 밥 잘 먹고 잘 살라 하십니다

자식들 걱정에 노심초사 하시며
온몸과 마음 저려진 하얀 꽃송이
오남매 풀으시고도
전화 한 소식에 봄 햇살처럼
주름 꽃을 피우시는 어머니란 이름

이제 내가 어머니 되어 살아갑니다
밥 안 먹어도 배부른 자식들 보면서
울고 웃을 때마다 가슴에 일렁이는 이름은
내리사랑으로 흘러 흘러갑니다    

살다가 살다가 목이 메는 날엔
어머니 그 이름 나직이 불러봅니다
이름만으로도 사랑이신 
그 이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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