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천지일보(뉴스천지
[뉴스천지=송태복 기자] 공직을 떠났지만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무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1981년 ‘학림 사건’으로 무고하게 7년 4개월간 옥고를 치렀던 이력으로 인해 이 전 장관은 대표적인 민주화 인사로 꼽힌다. 이 전 장관의 전력 때문인지 한국인의 자긍심 회복을 강조하는 그의 말은 남다른 힘이 느껴졌다.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이 한국인으로서 자긍심과 주체성을 갖지 못한 채 외국과 타협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할 따름입니다. 가끔은 이 나라 지도자들이 한국인으로 태어난 게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미국인으로 태어나지 못해 부끄러운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볼 때마다 화가 납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 전 장관은 도산 안창호 선생을 삶의 지표로 삼는다고 했다.

“독립운동 당시 많은 이들은 전략보다 무조건적인 저항을 주장했지만, 도산 선생은 인격과 전략 그리고 객관적 판단력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인재였습니다.”

도산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은 지난해 <도산 안창호>저술로 이어졌다. 저술뿐 아니라 도산 선생이 활동했던 중국 현지에 도산 기념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도산 기념관 건립은) 나라가 먼저 했어야 할 일을 민간인들이 추진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국가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길 바랐다.

그는 여전히 이 사회의 빈곤층과 정직한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5대 거품 빼기 운동’이다.

“정부와 대기업이 기름 값, 약 값, 카드 수수료, 휴대전화 요금, 은행금리 등을 의도적으로 묵인 또는 담합해, 그 거품을 고스란히 국민과 중소기업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정부차원의 개선책이 필요합니다.”

특히, 휴대전화 기본요금에 대해서는 “정책을 만들 당시 1천만 가입자를 기준으로 기본료를 정했기 때문에, 4천만 가입자가 넘어선 지금은 기본료를 폐지하거나 아주 낮게 책정해야 한다”며 “이는 소비자로서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해 말했다.

기름 값 또한 한 번 오르면 내리지 않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원유 가격에 따라 적절하게 유류비가 인하되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카드 수수료 정책에 대해서는 “최근 정부에서 영세 사업장의 카드 수수료를 인하함으로써 실효를 거두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약 값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임 시 거품의 심각성을 보았기에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살아오면서 ‘도산 안창호 선생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행동하려 했다. 현실에 대한 통찰력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했던 도산 선생처럼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묵묵히 그러나 치밀하게 준비하고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도산 선생의 모습이 이 전 장관 속에 묻어나는 듯했다.

이 전 장관과의 인터뷰는 기자에게 ‘우리 국민이 과연 진정한 광복을 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국치 100년. 일제에 나라를 뺏기고 말을 빼앗겼던 때가 벌써 100년이 됐지만, 광복이후 우리는 진정 우리의 문화유산과 얼까지 모두 되찾은 것일까.

때때로 먼 타국에서 평생 ‘나홀로 우리 문화 지키기’에 힘써 온 이들의 모습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한국인이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지만, 왜 이 나라는 그토록 무심했는지 도리어 증명이 돼 지도자들의 안일함에 한탄하게 된다.

일제와 같은 침탈은 없지만, 스스로 우리 민족과 대한민국을 얼마나 알고 지키려 힘써 왔는지 짚어 볼 때 결과는 너무 미미하다.

그 때문인지 이 전 장관의 말과 행동은 더 도드라져 보인다. 외형적 거품 빼기와 더불어 잘못된 의식의 거품 빼기에 앞장서고 있는 지금의 그는 이미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작은 도산’이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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