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천지=전형민 기자] 2월에 접어들면서 북한으로부터 ‘한반도 정세’에 결정적일 영향을 미칠 ‘훈풍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북한은 주변국과 국제사회를 겨냥한 ‘전방위적 평화공세’를 전개하는 것을 통해 장기교착 국면에 접어든 6자회담과 한반도 평화정세 안정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핵 협상을 ‘제물삼아’ 북한 체제의 안정화는 물론 북한 내 경제난을 타개하려는 ‘통큰 결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여기에 주목해야 할 한 가지 사실이 있다.

6일부터 나흘 간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다.

왕 부장의 이번 방북은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의 연례행사로 비춰지지만 방북동안 왕 부장의 행보와 방북시기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왕 부장의 방북은 북한 측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이는 북한에서 6자회담 복귀는 물론 한반도의 정세에 대한 입장정리가 거의 마무리됐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북한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나라로 국제사회에서 평가되는데 이번 왕 부장의 방북으로 인해 북한이 6자회담 테이블에 다시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중국은 작년 하반기 이후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원자바오 총리를 평양에 보내 대화국면의 상승 싸이클을 고조시켜왔지만 작년 12월 북·미대화 이후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며 “왕 부장의 이번 방북은 대화 싸이클에 다시 시동을 걸어보려는 의도가 있다. 왕 부장이 다녀오면 중국은 다시 미국에 공을 넘겨 다시 한번 움직여달라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스티븐 보즈워스 대사가 방북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성사될지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친서를 소지한 것으로 알려진 린 파스코 유엔 사무국 정무담당 사무차장은 9일부터 12일까지 방북해 평양을 방문한다.

2005년 이후 중단됐던 유엔과 북한 간의 고위급 대화가 복원된다는 의미를 가지는 파스코 사무차장의 이번 방북으로 인해 북한은 유엔의 제재조치에 강력히 반발해 온 그동안의 모습과는 달리 태도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8일부터 열리는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은 국제사회 중에서도 한반도 이남을 향한 북한의 평화공세의 연장선상에 있다.

대남, 대미, 대중과 함께 국제사회의 ‘대표’격인 유엔을 향해 이처럼 북한이 평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북한 내부의 ‘심각한 경제난’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2012년을 ‘강성대국 건설 원년’으로 정해놓고 자신의 유고를 비롯한 모든 체제의 위협을 제거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권력이양을 꾀하고 있는데 경제사정이 그렇지 못한 것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의 시작이 바로 ‘국제사회를 향한 평화공세’라는 것이다.

왕자루이 부장이 방북이나 개성·금강산관광 실무회담 등은 북한에게 ‘가장’ 중요한 물자공급 통로인 중국과 남한을 통해 경제난 타개의 ‘돌파구’를 찾는 시도로 보인다는 점이라는 것이 외교가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북한의 달러획득에 결정적인 구실을 했던 ‘무기수출’도 유엔 발 제재조치를 통해 꽉 막힌 상황에서 유엔의 인사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유엔의 제재완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정부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으로서는 6자회담 복귀가 늦어지는데 대한 부담을 덜고 시간과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무엇인가를 내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깜짝발표’의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6자회담의 경우 평화협정과 제재완화 이슈를 둘러싸고 북·미 간의 평행 대치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중재력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남북 정상회담도 ‘원칙’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과 주변 관련국과의 조율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애물’로 인해 6자회담 재개가 불투명할 경우 독자적으로 속도를 낼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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