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에 영향 미칠 듯

[뉴스천지=전형민 기자]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오늘 오후 북한을 고려항공편으로 방북한다.

이날 오후 12시경 수행원 3~4명과 함께 베이징 서우두 공항 귀빈실에 도착한 그는 공항 귀빈실에서 대기했다가 방북할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왕 부장의 방북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과거 전례로 볼 때 통상 3박 4일을 머문 뒤 9일쯤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방북 둘째 날 북한 노동당과 내각의 고위인사들을 만난 뒤 이어 사흘째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접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의 평양행은 장기교착 국면으로 돌입한 6자회담의 물꼬를 틀 가능성이 있는 만큼 매우 큰 의미를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

표면적으로는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의 연례방문 행사이지만 남북 정상회담과 함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각국 외교전이 시작된 것을 감안한다면 왕 부장의 이번 방북은 북한을 실질적으로 6자회담에 끌어내기 위한 중국의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6자회담 의장국’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6자회담 재개의 여건과 환경이 무르익어 간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왕 부장이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는 중국 나름의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이에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왕 부장은 6자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진 고비마다 방북해 회담 재개의 결정적인 ‘해결사’의 모습을 보여 온 만큼 그의 방북으로 북한이 극적인 ‘6자회담 복귀’ 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외교가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왕 부장은 지난 2004년과 2005년, 2008년과 작년에 평양을 방문할 때마다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면담하고 중국 주석의 친서 또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중국 내 ‘최고의 북한 전문가’로 평가된다.

한편 왕 부장을 맞는 북한의 반응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남, 대미에 유화적인 태도를 지속적으로 취하고 있는 북한이 6자회담과 동시에 남북관계 진전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의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는 소식이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고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한의 실질적인 접촉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번 왕 부장의 방북이 갖는 외교적인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평화협정 회담과 ‘대북제재 해제’ 문제 등을 둘러싼 북미 간 대립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왕 부장의 방북이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과 미국 중 어느 한쪽이 물러서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이 ‘중재자’로 나선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 당국자들은 왕 부장의 방북이 6자회담 재개와 남북정상회담 추진의 움직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북핵 문제가 6자회담에서 다뤄지게 된다면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의 주 의제로 ‘북핵문제’를 삼을 필요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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