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국민의당 안방에 사과 한 개를 던졌다. ‘야권통합’이라는 보기도 좋고 때깔도 좋은 먹음직스런 사과다. 물론 김종인 대표는 안철수 대표가 쳐다보지도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당 사람들도 이 사과에 탐은 내겠지만 그렇다고 먹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특정한 날을 잡아서 ‘잘 포장된’ 사과 한 개를 던진 것이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안철수 대표는 통합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나머지 김한길 의원 등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안철수를 고사시켜라

김종인 대표의 ‘계책’대로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사과를 먹자는 쪽과 먹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김종인 대표가 노린 것이 바로 그것이다. 바로 ‘독이 든 사과’였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멀쩡한, 그리고 덥석 깨물어도 당장은 달콤할 것 같이 보일 것이다. 더욱이 지금 당장 배가 고픈 사람들에겐 ‘독’인지 ‘꿀’인지를 따질 겨를조차 없을지도 모르겠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과 혼선은 지금 당이 처해 있는 어려운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왜 탈당했는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다시 묻고 싶을 정도이다. 독이 든 사과 한 개를 놓고 우왕좌왕 하는 모습 자체가 한 편의 ‘블랙 코미디’처럼 보인다. 초라하다 못해 보기조차 민망하다.

김종인 대표가 던진 사과는 안철수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안철수 대표 주변과 국민의당을 통째로 흔들고 더 나아가서 끝내는 안철수 대표를 고사(枯死)시키려는 노림수라 하겠다. 갑자기 불쑥 던진 것이 아니다. 마치 ‘기획 상품’처럼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서 후속조치까지 미리 마련해 놓은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따라서 일부 인사들이 그 사과를 덥석 물고 복당했을 경우 ‘해독제’까지 준비해 놨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벌써부터 일부 의원들이 동요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라 하겠다.

국민의당이 창당 한 달 만에 이처럼 주저앉는 모습으로 뒤바뀐 것은 상대방이 던져 준 사과 한 개에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당내 일부 세력의 기회주의적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식의 일부 정상배들에게는 ‘제3지대 정치’가 어울리지 않는다. 그들에게 야권교체, 정권교체 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이겠는가. 그렇다면 국민의당 차원에서 담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기꺼이 그들의 손에 사과를 쥐어주며 당을 떠나라고 해야 한다. 그게 여의치 않다면 과감하게 공천에서 탈락시켜야 한다. 독이 든 사과 한 개를 놓고 다시 갑론을박하고 우왕좌왕 한다면 당은 물론 안철수 대표의 미래도 정말 어렵다. 마침 좋은 기회다. 질풍경초(疾風勁草)라고 했다. 국민의당도 도려내야 할 것은 담대하게 도려내야 한다. 그가 누구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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