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을만나다] “배우로서 ‘뜨겁게 살았다’ 말할 수 있는 연기할 것”
[영화人을만나다] “배우로서 ‘뜨겁게 살았다’ 말할 수 있는 연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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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순정’에 출연한 박용우가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촬영: 박혜옥 기자)ⓒ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어느 날 라디오 생방송 중 DJ ‘형준(박용우 분)’에게 도착한 편지 한 통. 편지엔 23년 전 가슴 한구석에 묻어둔 첫사랑의 이름 ‘정수옥’ 세 글자가 적혀 있다. 당혹스럽지만 그녀가 손글씨로 정성스레 쓴 노트를 보니 잊고 지냈던 지난 추억이 떠오른다.

영화 ‘순정’은 7080세대에 아련하게 떠오르는 기억을 소환해낸다. 과거 사랑하는 여자 앞에선 수줍어 말도 잘못했던 ‘범실(도경수 분)’이었지만, 현재에선 냉철하고 까칠한 라디오 DJ가 된 ‘형준’ 역을 배우 박용우가 멋지게 소화해냈다.

“제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인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좋은 배우는 단역이든 주인공이든 자기 배역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작품 전체적인 내용과 주제를 파악하고 연기를 하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모든 신의 감정들은 분석·해석해야 하고 이해하고 있어야죠.”

1994년 MBC 24기 공채 탤런트 출신이며 영화 ‘올가미’로 영화계에 입문한 그의 연기 경력은 올해로 22년 차. 드라마 ‘내사랑 나비부인’ ‘제중원’과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파파’ 등으로 탄탄대로를 이어가던 박용우는 지난해엔 ‘봄’으로 스크린에 한번 모습을 드러낸 뒤 오랜만에 ‘순정’으로 영화팬을 찾았다.

어느덧 40대가 접어든 나이에도 소년 같은 눈빛을 지닌 박용우는 여전히 베테랑 배우의 면모를 보였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쉽게 답하려 하지 않고 생각하고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연기자가 촬영을 안 하고, 작품 활동을 안 하면 제대로 연기를 하기 힘들 때가 있죠. 그래서 꾸준히 연기 트레이닝을 하기 위한 상황을 만들었어요. 연기자는 연기하는 게 목적이니까…. 그 외의 시간은 드럼 치고, 글 쓰고, 책을 읽고, 운동 등 좋아하는 것들로 시간을 보냈죠.”

박용우는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 모습을 비치지 않아도 연기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계속해서 자기 발전을 위해서 힘썼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 영화 ‘순정’은 거듭 거절할 정도로 고민했다.

박용우는 “영화의 제목과 내용이 다르지 않고 매칭이 잘되는 시나리오를 좋아한다. 제목이 어울린다고 생각되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순정’이 그랬다”며 “그런데 순정이라는 단어가 전체를 포괄하고 있어 표현하기 너무 어려웠다”며 ‘순정’ 캐스팅을 거절한 이유를 설명했다.

▲ 영화 ‘순정’ 스틸. (사진제공: 리틀픽처스)

도경수와 박용우. 한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그리는 두 배우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 덕분에 흐름이 끊길 수도 있는 2인 1역 캐스팅이었지만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용우는 “두 사람이 닮아서가 아닐까요? 콧대나 눈 생김새가 비슷해서 닮은 게 아니라 타고난 성격, 정서가 닮았던 것 같다”며 “도경수라는 친구가 어떻게 자랐고 어떻게 생활했는지 모르지만 아마 비슷한 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우는 도경수가 연기한 ‘범실’에 대해 계속 모니터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라 생각하고 봤다. 그 친구의 분량이 나라고 생각했다. 내가 ‘범실’이고 ‘형준’이라고 최면 걸었다”고 회상했다.

1991년 전남 고흥이 배경인 영화 ‘순정’은 누구에게나 가슴 한편에 묻어둔 추억처럼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박용우는 “굉장히 쉬운 정서고 어떻게 보면 촌스럽기까지 하다. 요즘 누가 순정이라는 단어를 쓰느냐”며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공감 가고 재미있을 수 있는 영화다. 포복절도는 아니어도 순정만의 웃음과 눈물, 감동이 있다”고 강조했다.

▲ 영화 ‘순정’에 출연한 박용우가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촬영: 박혜옥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영화가 끝난 후 화장실 갔을 때 여운이 남는 그 시간에 친구나 가족에게 ‘연락이나 한번 해볼까’라고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요? 아니면 ‘너 잘 살고 있느냐?’고 스스로한테 질문을 던지는 것도 좋겠죠.”

배우의 영향력은 굉장하다. 여론을 움직이기도 하고 의식을 바꾸기도 한다. 박용우는 “배우여서 따르는 책임감을 힘들어 하기보단 감사해야 할 것 같다”며 “한 남자 배우로서 ‘뜨겁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연기하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차기작이요? 빨리 정해졌으면 좋겠어요. 어느 순간부터 연기가 정말 재밌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에 어떤 작품인지 걸리기만 하면 아주!(웃음).”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에게 도착한 편지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첫사랑과 다섯 친구의 우정을 담은 감성드라마 영화 ‘순정’은 24일 개봉해 상영 중.

(영상 취재/편집 서효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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