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을 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이 사실상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강성 발언에 김무성 대표가 발끈하고, 여기에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까지 가세하는 모습이다. 18일 열린 최고위원회 자리를 박차고 나서는 김무성 대표의 모습에서 드디어 ‘공천 전쟁’이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새누리당 공천 전쟁의 핵심은 당헌·당규에 규정된 ‘우선추천제’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로 집약된다. 김무성 대표는 원칙대로 하자는 입장이다. ‘정치적 소수자’와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부 후보자들을 제외하고는 ‘상향식 공천’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전략공천은 있을 수 없으며, 우선추천제 적용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대로 이한구 위원장은 당헌·당규대로 하되 우선추천제를 최대화하겠다는 생각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새로운 인재를 발탁해서 우천추천 방식으로 공천하겠다는 것인데, 왜 당 대표가 이런 문제에 개입하느냐는 불만이다. 심지어 이한구 위원장은 대구·경북은 물론 부산· 경남과 서울 강남권에도 우선추천제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우선추천으로 쓰고 ‘전략공천’으로 읽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한구 위원장의 이런 의지를 김무성 대표가 순순히 응할 리 없다. 겉으로는 우선추천이라 하겠지만 누가 봐도 ‘전략공천’이라 할 수 있는 문제를 쉽게 받아 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략공천 없는 ‘상향식 공천(오픈 프라이머리)’에 정치 생명을 건 김무성 대표가 아니었던가. 결국 이한구 위원장과 김무성 대표는 사실상 벼랑 끝 대치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보는 국민의 심정은 어떨까도 따져봐야 한다. 이미 당내 패권을 놓고 갈라선 야권의 모습에서 국민은 크게 실망하지 않았던가. 이제는 집권당에서도 이런 모습이니 도대체 국민은 우리 정치권을 어떻게 보고 있겠는가. 실망을 넘어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차라리 새누리당도 갈라서서 이번 총선에서 심판을 받는 것이 낫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 일만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 공멸은 곧 국민의 비극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한구 위원장이 더 진중해야 한다. 칼을 쥐었다고 해서, 또는 청와대 배경이 있다고 해서 권한을 남용한다면 정말 곤란하다. 지금의 새누리당 당헌·당규를 만든 주역이 이 위원장이 아니던가. 전략공천을 왜 없앴는지, 우선추천제를 도입한 취지가 무엇인지 이 위원장이 누구보다 더 정확하게 알 것이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등이 우선추천제가 된다면 과연 국민이 동의할 것인가. 아전인수격 해석이나 정파적 접근은 금물이다. 부디 국민을 우습게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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