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기간 가족·친인척 사이에서 기분 상했던 말과 행동 사례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민족의 대 명절 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각지에서 살던 가족·친인척들과 오랜만에 만날 수 있는 기회지만 동시에 걱정이 앞서는 사람들이 많다. 말과 행동으로 인한 상처와 스트레스 때문이다.

혈연으로 맺어진 사이긴 하나 ‘친한 사이’라고 함부로 대하는 것이 원인이다. 이로 인한 싸움도 빈번하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3~2015년 명절 연휴 가정폭력 신고현황’에 따르면 추석부터 지난해 설 사이에 일어난 하루 평균 가정폭력 건수는 850여건으로 2014년 하루 평균 가정폭력 건수(619건)보다 37% 이상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다함께 평화로운 명절을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당연한 이야기나 가족과 친인척 각각을 인정해주고 배려하는 것이 답이다. 명절에 기분을 상하게 했던 말과 행동의 실제 사례를 각색해봤다.

◆“솔직과 무례는 다릅니다”

이미경(43, 가명)씨: 제가 명절에 가장 무서워하는 말이 바로 “솔직히 말하면...”이에요. 이 말로 시작한 것 치곤 싸움이 일어나지 않은 적이 없거든요. 많은 분들이 솔직과 무례의 차이를 착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럼 이건 어떨까요? 내가 하려는 말을 누군가 나에게 했을 때 기분이 어떨까 생각해보는 거에요. 기분이 나쁘다면 도를 넘는 말이겠죠?

홍성진(32, 가명)씨: 취업하면 친척들의 질문이 끝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번엔 결혼 그리고 벌써 아이 이야기를 하시는 것 아니겠어요? 질문이 싫다는 게 아니에요. 저는 성인이고, 제가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알고 있는데 왜 저의 선택에 대해 판단을 하냐는 것이죠. 이쯤 되니 꼬투리를 잡으려고 질문을 던지시는 것 같아 답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집니다.

◆“당신도 며느리였던 시절이 있을 텐데”

네이버 ID ky***: 올해로 9년차 며느리입니다. 남편은 시댁에서 하루라도 저 있으려고 하고 저는 그게 싫어서 명절 전후로 꼭 한 번씩 싸우네요. “네가 내 딸 같아서 그래” 이 한마디로 모든 걸 시키시는 시부모님도, 그걸 보고만 있는 형님과 동서도 정말 미워요. 당신들도 다 며느리고, 시어머니도 며느리였던 시절이 있을 텐데요. 9년 전, 며느리의 명절이 이런 것인 줄 알았다면 결혼 같은 것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조카가 답답해요”

김선진(54, 가명)씨: 저희 집안은 제사도 안 드리고 유교 문화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모이면 같이 놀러가거나 보드 게임을 즐깁니다. 그런데 이 조카 녀석들은 어렸을 땐 같이 잘 놀더니 중학교 넘어서부터는 엄마 뒤에 숨어서 어울리려고 하지를 않네요. 저번 설에도 계속 스마트폰만 만지길래 꾸짖었더니 집으로 돌아가더라구요. 스마트폰만 보면 오랜만에 모인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어색하더라도 같이 어울리고 함께하는 데 명절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소신 남에게 강요하는 것은 폭력”

트위터 ID kim***: 다들 피규어(관절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 다양한 동작을 표현할 수 있는 인간・동물 형상의 모형 장난감)는 잘 숨기셨나요? 저번 추석 조카들의 습격에 한정판 피규어를 잃고 말았습니다. 거의 1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이었는데요. 이모는 조카들의 만행을 보고도 “애기들이 놀다가 부러뜨린 건데 어때~ 너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장난감을 갖고 있니?”라고 하더라구요. 값을 떠나서 남의 물건을 마음대로 갖고 놀고, 고장 낸 것이 잘한 행동인가요? 아무리 이모지만 비상식적이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김희영(38, 가명)씨: 간혹 나와 다른 ‘개인’을 인정한다는 걸 어려워하는 분들이 있죠. 명절 때 저희 집안은 싸움이 대부분 그런 부분에서 일어나요. 총선을 앞둔 만큼 이번 명절에는 정치 이야기 때문에 싸울 것 같네요. 그런데 내가 지지하는 정당, 내가 좋아하는 음식, 연예인, 내가 가진 종교 등 성향과 소신을 남에게 강요하는 행위 자체가 ‘정신적인 폭력’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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